대법원 "부실대출 시정요구 안한 은행감사, 손배책임"

조사 결과 대표 등이 부실 대출 판단 1심, 56억 배상→2심, 감사위원 제외 대법 "선관주의의무 위반 책임 있다"

2020-06-14     안명옥 기자

금융기관의 감사위원이 부실 대출 과정의 위법·부당한 사정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시정 요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제일저축은행 전 대표 A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2011년 9월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돼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고, 다음해 9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예보는 당시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파산절차를 진행한 예보는 책임 조사 결과 A씨 등이 채무자 본인 의사 확인 등 정상 절차를 취하지 않고, 타인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취급하는 등 부실 및 부당 대출을 해줬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배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에 예보는 A씨 등 12명에게 총 6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등이 채무상환 능력이 불확실한 차주들에 대해 재무·신용 상태 등 구체적인 신용조사 및 사업 타당성 검토를 소홀히 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 또는 임무를 게을리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제일저축은행은 담보 능력이나 신용도가 비교적 낮은 개인 또는 법인에 대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형식적인 대출 심사·감사 절차 등 업무 집행상 구조적인 문제점 등도 손해 발생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56억5000만원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이와 달리 2심은 A씨가 일부 대출 승인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고, B씨와 C씨는 감사위원으로서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할 뿐 대출금 상환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등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배상 금액을 일부 감액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와 C씨가 상근 감사위원으로서 관계 서류의 제출 요구 등을 통해 대출이 위법·부당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 추가로 조사하거나 보고해 시정 등을 요구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B씨와 C씨가 각 대출이 위법·부당하다는 사정 등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한 원심 판단은 금융기관 감사위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