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암호' 무심코 쓰다 맹폭 당하는 연예인들

2013-08-23     김지원 기자

연예계에 '일베 주의보'가 떨어졌다. 극우 커뮤니티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된 연예인들이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다.

네번째 싱글 '빠빠빠'로 스타덤에 오른 그룹 '크레용팝'이 대표적이다. 멤버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인 '쩔뚝이'와 '노무노무'를 사용하면서 표적이 됐다. 게다가 매니지먼트사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가 일베를 주로 홍보처로 이용한 '일베 사용자'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최근 크레용팝을 모델로 기용한 인터넷쇼핑몰 옥션은 네티즌들이 항의가 이어지자 홈페이지 광고 게재를 하루 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뒤늦게 "일베가 반사회적, 반인륜적 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사이트임을 인지하지 못했을 당시에 이뤄진 일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베 사용자들이 크레용팝을 '뒤통수팝'(배신했다는 의미)이라고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 역시 라디오에서 일베 용어인 '민주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일베에서는 이 단어를 본뜻과 달리 '다수의 의견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언어폭력 등으로 공격하는 행위'로 왜곡해 쓰고 있다. 전효성이 SNS를 통해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SBS TV '8시 뉴스'는 최근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위험을 다룬 '특파원 현장'을 보도하면서 사용한 후쿠시마산 가자미류의 방사능 검출량 및 출하금지 기준을 나타내는 도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도표에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이미지가 드러난 탓이다.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제작진이 이를 도용했다. SBS는 "노 전 대통령 유가족과 관계자, 시청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폭력적인 성향의 일베는 '일베충'으로 통하며 시비를 양산했다. 여성과 전라도, 장애인 등을 비하했다. 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일삼았다.

인터넷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무분별하게 일베의 성향을 수용하는 청소년들이 사회적 우려를 낳았는데, 연예계로까지 침투한 셈이다.

주로 진보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인터넷에서 이들이 세를 확장하자 기존 네티즌들의 반발이 커졌고 양 측이 자주 맞붙으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베'라는 딱지를 무차별적으로 붙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밴드 '버스커 버스커' 멤버 김형태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소속사 보컬그룹으로 데뷔 앨범을 낸 '허니지'에게 "허니지 형들 차트 종범"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일베 논란'에 휘말린 것이 보기다.

'종범'은 '사라지다' '보이지 않게 되다' 등의 뜻의 은어로 일베 용어는 아니다. 네티즌들에 따르면, 2009년 전후로 야구 커뮤니티사이트 '엠엘비파크'에서 유래한 것으로 당시 프로야구 선수 이종범과 양준혁 중 누가 더 실력이 위인가를 놓고 팬들이 다툴 때 생겼다. 이종범 팬들이 "그에게는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이를 또 다른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 회원들이 이종범 팬을 놀리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퍼지게 됐다.

디시인사이드 유저로 알려진 김형태가 이 용어를 쓴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종범'이라는 단어가 일베에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마구 공격하고 있다. 김형태는 몇몇 트위터리안들이 '종범'이란 단어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짚자, "이게 나쁜 말인지 모르고 썼네요. 당장 삭제"라며 해당글을 바로 지웠다.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이 악영향의 우려가 큰 일베에 연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연예인 글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무차별적으로 일베 딱지를 붙여 몰아가는 것 역시 일베 이용자들과 다를 바 없는 태도다.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소천사 버스커버스커 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