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쇄신파 '남·원·정' 이을 통합당 쇄신 선봉장은 누구?

유승민계 3선 하태경·유의동 각자 혁신 모임 구성 원내수석 김성원, 재선 이양수와 '정책정당 스터티' 초선 박수영·서범수도 초선 모임 만들어 입지 다져 김웅, 황보승희, 김미애, 김병욱 등 적극적 목소리 천하람, 김재섭, 조성은 청년 정치인 세력화 양상

2020-05-12     이교엽 기자
▲ 이야기 나누는 하태경 의원(오른쪽)과 유의동 의원.

총선 참패로 쇄신 요구가 거센 미래통합당에서 소장파 모임이 잇따라 결성되면서 한동안 보수정당에서 명맥이 끊긴 쇄신의 선봉장에 누가 설지 주목된다.

통합당에서 당 혁신을 목표로 가시화되고 있는 소장파·쇄신 모임은 지역구 당선인 84명 중 60명에 달하는 초·재선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편이지만 선수와 지역에 상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결성되고 있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70년대생 40대 청년을 주축으로 한 개혁모임을 구상 중이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74개혁파’로 불리는 이 모임은 참여대상에 실질적으로 나이 제한을 두진 않고 있지만 초·재선들이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3선 유의동 의원은 ‘정책정당 스터디’ 모임을 준비 중이다. 현역 의원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 낙선한 중량감 있는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원내외를 아우르는 당의 대표적인 혁신모임으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재선 김성원 의원의 ‘삼정개혁 모임’에도 상당한 힘이 실릴 공산이 커보인다. ‘정치-정책-정당개혁’을 의미하는 삼정개혁 모임은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로 내정된 김 의원과 재선의 이양수 의원이 좌장격이다. 부산 지역 초선들을 중심으로 수십명이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에서는 PK(부산·경남)지역 초선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서범수 당선인(울산 울주)이 이끌고 있는 ‘전국 초선 모임’은 영남 뿐만 아니라 수도권, 강원 등을 포함한 ‘전국구 모임’이다.

‘부산 초선 모임’은 박수영 당선인(부산 남갑)의 주도 하에 가동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회동을 가지면서 주로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게 목적이지만, 초선 당선인 중 가장 많은 지역에서 배출된 만큼 초선의 세력화 과정에서 상당한 입김을 낼 수도 있다.

이 밖에 김웅, 황보승희, 김미애, 김병욱 등 상당수 초선이 혁신 모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거나 요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초·재선 모임이 얼마나 존재감 있게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당에 분란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국회에 처음 입성해 내부 비판에 몰두한 ‘탄돌이(17대 총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바람을 업고 당선된 국회의원)’를 반면교사로 삼아 원팀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내부 분열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통합당의 초선 4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50·60대라는 점을 들어 진정한 ‘소장파(少壯派)’로 분류하기 어렵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소장(少壯)은 젊고 혈기가 왕성하다는 의미인 만큼 소장파는 정치권에서 주로 30~40대 청년층이 모여 하나의 세력을 이루고 있는 파(派)를 의미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통합당에서도 청년 정치인의 세력화가 점차 진행되는 양상이다. 

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에 참여하고 있는 천하람, 김재섭, 조성은 위원 등이 총선 이후에 당의 혁신을 요구하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천 위원과 김 위원이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해 원내 입성이 무산된 만큼 청년 비대위가 태생적 한계로 당의 주류보다는 외곽 조직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