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설 '대망' 출판사 대표, 저작권 위반 2심서 벌금형

197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 번역 판매

2020-05-12     박경순 기자

일본 소설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을 무단으로 번역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출판사 대표가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부장판사 김우정)는 지난 8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80)씨와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에 대해 각각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씩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고씨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고씨 등은 항소심에서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결과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저작물"이라거나 "2005년판 대망은 구 저작권법 발효 시점 이전에 이미 작성을 완료했고 2004년 이후 작업은 최종 교정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수정·증감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과 별개로 양형부당을 이유로 들어 원심을 직권파기했다.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에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해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씨 등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저작권 침해의 정도도 상당히 큰 반면, 고발 후에도 계속 저작권 침해 행위를 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고씨 역시 상당한 노력을 들여 1975년판 대망을 발행, 판매하던 중 예기치 않게 1996년 저작권법이 시행돼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고씨 등과 상대 출판사 사이 민사 소송에서 조정이 성립돼 피해 일부가 회복된 점, 고씨에게 벌금형 이외의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고씨는 소설 대망 개정판 1권을 원작자인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 또는 한국어판 발행권자인 다른 출판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2005년 발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소설 '대망'은 15~16세기 일본의 이른바 전국시대를 그린 소설이다. 고씨 등은 야마오카 소하치가 집필한 소설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앞부분을 번역한 대망 1권을 1975년 4월부터 판매했었다.  
 
1996년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르면 수정·증감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대망은 계속 발간이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문제가 된 2005년판 대망은 그 내용물에 상당 부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