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성분' 어린이 치약 소송…유통업체 2심도 패소

16년 식약처 전수조사…149제품서 성분 검출 환불 대란에 유통업체, 제조업체 상대로 소송

2020-05-01     이교엽 기자
▲ 가득 쌓인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치약들.

어린이용 캐릭터 치약 등을 유통한 업체가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일부 검출된 이후 소비자 환불 등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제조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제조업체가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근거가 명확치 않다고 거듭 판단했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이날 치약 유통업체 A사가 제조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20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와 B사는 지난 2009년 1월 어린이용 캐릭터 치약 등에 대한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이다.

문제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치약, 샴푸 등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 치약 제조업체 68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 치약 149개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식약처는 "회수 대상 149개 제품의 CMIT·MIT 잔류량은 극미량으로 양치 등 치약 사용 시 삼키게 되는 경우를 고려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실제 CMIT·MIT는 화장품과 의약외품 중 씻어내는 제품에는 최대 15ppm까지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들의 환불을 요구했고,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환불 대란'이 벌어졌다.

이에 A사는 "소비자들의 환불과 판매 감소,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 등을 배상하라"며 B사를 상대로 지난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A사의 손해와 B사의 책임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1심은 "식약처 보도자료를 봐도 회수 대상 149개 제품에서 CMIT·MIT 잔류량은 극미량으로 치약 사용 시 삼키게 되는 경우를 고려해도 안전 문제가 없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의 기준에 의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도 A사는 스스로 해당 치약 제품들을 전부 회수했고, 그 중 B사로부터 납품받은 제품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며 "B사의 불법행위와 A사가 제품 회수로 입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원심 판단이 적합하다고 봤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B사가 A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 관련 반소를 받아들이고, "A사가 약 2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