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꿈틀대는 巨與…8월 전당대회 계기 공론화 '주목'

'블랙홀' 우려에도 180석 확보 계기 與 일각서 개헌론 꿈틀

2020-05-01     박경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180석 슈퍼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헌론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힘의 균형추가 여권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21대 국회가 개헌 문제를 풀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에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이 최우선 과제인 가운데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아직까지 전면에 대두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현 여권 핵심부의 오랜 숙원이 개헌인 만큼 당권주자들의 각축전이 펼쳐질 8월 전당대회 쯤에는 공론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중임제 도입과 대통령 권력 분산, 지방 분권 강화, 선거 연령 하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그해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국회에 제안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불발됐다.

이후 개헌은 동력을 상실했지만 4·15 총선을 통해 민주당이 거대 여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여권이 주도한 개헌 추진 가능성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회에서는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시기와 공약 등을 통해서 개헌이 지지를 받는다면 개헌은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헌은 이제 대통령이 추진 동력을 갖기 어렵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고 21대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최근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 추진 필요성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 의원은 지난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4·15총선에서 180석을 얻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5선 고지에 오르며 차기 당대표 출마가 유력한 송 의원이 개헌 의지를 공개한 것이어서 무게감이 실렸다.

송 의원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양천구을에서 당선된 민주당 이용선 당선인도 개헌론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 포함됐다가 보수 진영으로부터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을 샀던 토지공개념을 포함한 개헌이다.

그는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 부동산이나 투기 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자. 그게 어렵다면 토지공개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일 "언론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경제 위기, 일자리 비상사태 타개"라며 위기 상황에서 개헌론이 조기 점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의 개헌 주장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180개 의석으로 21대 국회 운영을 단독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입법 권력을 쥔 민주당에서는 '이번이 적기'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개헌론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당 안팎에서는 이해찬 대표의 임기 만료에 맞춰 새 당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개헌이 21대 국회의 숙명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차기 대표에 도전하는 당권주자들에게 필연적으로 개헌에 대한 분명한 입장 요구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여권의 주요 어젠다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국회가 새로 세팅되는 초반 1년이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기"라며 "8월 전당대회 쯤이면 코로나19 상황도 진정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헌론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전당대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부겸 의원도 지난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워낙 우리한테 다가와있는 심각한 과제들이 많은데 개헌 논의로 가버리면 모든 게 그렇게 빨려가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분명히 공론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 가로막혀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180석을 가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물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만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 정당까지 합치면 190석 가까이 되고 야당도 개헌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 추진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여권에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미래통합당에서는 "오만의 극치"라고 반발하는 데다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 강화 등의 헌법 반영을 놓고도 거부 반응이 클 것으로 보여 개헌이 공론화되더라도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