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기댄 아니면 말고식 北 뉴스…"정보 왜곡 악순환"
정작 김일성, 김정일 사망 땐 당국서 낌새도 못채 정보 접근성 낮은 北, 각종 뉴스에 사실 확인 불가 국내 탈북자나 접경지 소식통 등 의존 근거 부실
미국 CNN방송이 보도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전세계가 소란했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나서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확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정확한 정보 확인이 어려워진 데서 비롯된 상황으로 해석했다. 특히 '1급 정보'에 가까운 뉴스가 세부적으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최고 지도자의 '건강이상설', '사망설'과 마찬가지로 검증되지 않은 뉴스가 또 다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발단은 CNN방송이 지난 21일 오전 10시30분께(한국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큰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이후에 '중대한 위험(grave danger)'에 처해 있다고 보도한 것에서 시작됐다. CNN은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내에 위치한 김 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물며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반신반의하던 '건강 이상설'이 미국 CNN 보도로 나오자 국내 언론은 긴급 속보를 전하고, 정부 당국을 상대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에 청와대, 국가정보원, 통일부, 국방부 등은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오후 3시께 청와대가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사태는 5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현재 측근 인사들과 함께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만한 아무런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보도된 내용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정례브리핑에서 "나도 관련 뉴스를 확인했는데 소식 출처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밝혔고, 일본 모테기 외무상 역시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관련해 소식통을 인용한 '아니면 말고'식 뉴스가 끊이지 않은 것은 공산주의 사회의 특성상 북한 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데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북한 사회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 내부, 특히 지도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와 세계 각국은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8일 묘향산 별장에서 뇌출혈로 숨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17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때는 평양의 공식발표 전까지 알지 못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나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 있는 소식통의 발언만으로는 북한 뉴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곤란한 실정이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인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북한의 동향에 주시하고 있다.
특히 1인 지배 체제인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꾸준히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