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수사, 핵심들 검거는 언제쯤?
수행기사 공소장 통해 김봉현 등 도피행각 알려져 수배 중에도 국내 활보…피해자 “잡을 의지 있나”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과 이종필(42) 라임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볼 수 있는 운전기사 한모씨와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을 연달아 구속하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수배 중인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대놓고 도피 행각을 벌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향한 수사망이 제대로 좁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라임 사태 무마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8일 구속됐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직무상 정보 및 편의 제공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관련 내부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김 전 회장과 함께 마카오로 2차례 원정도박을 가기도 했고,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수차례 함께 어울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의 측근 신병을 확보하면서 도주 중인 김 전 회장의 행적 등에 대한 수사에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연달아 수행한 한모씨가 구속기소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직접적으로 받고, 이를 근거리에서 수행한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씨의 공소장을 통해 김 전 회장이 수배 중인 상황에서도 한씨를 시켜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환전하고, 이 전 부사장과 그의 가족들은 한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가기도 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한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서울 명동에 가서 30억원 가량의 수표를 현금으로 환전한 뒤 다시 김 전 회장에게 전달하고,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김 전 회장이 사용할 차량의 번호판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한씨가 이 전 부사장과 그의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데려다주고, 이 전 부사장의 아내로부터 받은 아토피 약을 이 전 부사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추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하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자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 올해 1월 잠적했고,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수배 중인 약 3~5개월 사이에도 이들은 국내를 버젓이 활보하고 다닌 것이다.
모 증권사를 통해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이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한 피해자는 “(이 전 부사장이) 해외에 도망을 갔는지, 죽었는지 말이 되게 많았지 않느냐. 그런데 1월 중에 정선에 가서 가족들과 놀기도 했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 잡을 수 있었던 타이밍이 꽤나 있었던 것 같은데 꼭 잡아야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수개월째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 등을 추적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검찰은 이들을 쫓는 특별검거팀도 1~2개월 전부터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