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호남맹주’ 시대…정동영·천정배·박지원 등 퇴장

지역구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전멸

2020-04-22     이교엽 기자
▲ 의원총회에서 주먹인사하는 정동영(왼쪽) 의원과 박지원 의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민생당이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으면서 호남의 맹주로 군림했던 중진 의원들도 쓸쓸히 물러나게 됐다. 

민생당 대안신당계를 대표했던 3선의 유성엽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전북 정읍시고창읍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후보에게 밀렸다. 

민선 3기 정읍시장을 거쳐 같은 전북 고창에서 내리 3선을 한 현역 의원이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의 정치신인에게 자리를 뺏긴 것이다.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계 김정화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사실상 전권을 위임하고서 지역구 선거운동에 매진했던 유 의원은 지난 20일 당 공동대표 사퇴서를 제출했다.

호남의 맹주로 군림하던 민생당 현역 중진 의원들도 줄줄이 정계 은퇴 기로에 섰다.

6선의 천정배 의원은 광주 서구을 선거구에서 19.4%의 득표율에 그치며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15~20대 국회까지 내리 6선을 한 그는 호남 대통령을 만들려면 민주당이 지역구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호남 대통령을 만들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향후 거취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 DJ 비서실장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4선의 박지원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며 퇴장길로 들어섰다. 

호남의 또 다른 터줏대감인 4선의 정동영 의원은 당장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재기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전북 전주시병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배지를 넘겨주게 된 그는 지난 20일 정계 은퇴 가능성은 일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