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긴 매매시장…수천 명씩 몰리는 청약시장

“매매시장과 별개로 청약 흥행 지속”

2020-04-15     박경순 기자
▲ 즐비해 있는 아파트./뉴시스

부동산 매매시장과 청약시장이 극과 극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매매시장은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청약시장은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4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935건으로 지난 2월(8274건)보다 52.4% 줄었다.

다만‚ 주택매매 신고일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하게 돼 있어 거래량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3월 거래량은 330건으로 2월(769건) 보다 57.1% 감소하며 서울 전체 거래량 감소 추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부동산114 임병철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매수세 위축이 강남권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반에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세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이어 서울 외곽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시차를 두고 확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4%를 기록해 전주(-0.02%)에 비해 하락폭이 두 배나 확대됐다.

반면‚ 청약시장은 열기가 식지 않고 오히려 점점 과열되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건설사들이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열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청약 단지마다 수천 명씩 몰리고 있다.

일부 단지는 1만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에 나선 ‘르엘 신반포’는 일반분양 67가구 모집에 8358개(124.7대1)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안산, 인천, 대구 등도 서울 못지않은 흥행열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 안산시 단원구의 ‘안산 푸르지오 브리파크’ 분양에는 342가구 모집에 1만4266명(41.7대 1)이 접수했으며,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우미린 에코뷰’는 270가구 모집에 7346명(27.2대 1)이, ‘노블랜드 리버파크 3차’는 432가구 모집에 5815명(13.4대 1)이 몰렸다.

검단신도시는 한때 미분양이 2600가구에 달해 ‘미분양의 늪’으로 불렸던 지역이다.

두산건설이 대구 달서구 본리동에 공급하는 ‘뉴센트럴 두산위브제니스’도 213가구 모집에 3136명(14.7대1)이 신청해 뜨거운 청약 열기가 이어졌다.

이같은 청약 열풍은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격 때문이다.

시세 차익 기대감으로 청약 시장에 수만 명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2분기(4~6월)에는 1분기 보다 대폭 늘어난 10만6811가구(부동산인포 기준)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다.

청약시스템 이관과 코로나 여파 등으로 1분기 청약 물량이 2분기로 넘어왔기에 늘어난 것이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이어 불황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매매가격 하락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의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격이 5년간 침체됐음에도 급격한 낙폭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주지하고 있어 주요 사업장에서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사이클과는 별개로 서울과 수도권 분양 성과가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지금과 같은 분양 열기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