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영화와 별미를 한꺼번에…‘잇나인 Eat Nine’

2013-08-05     김지원 기자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연인과의 데이트가 됐건, 가족과의 외출이 됐건 당연한 얘기다. 영화 관람과 식사가 자연스럽게 융화된다면 그때 느끼는 만족도는 배가된다.

서울 사당동 골든시네마 12층에 자리한 상영관 2개짜리 미니 예술영화관 ‘아트나인(Art Nine)’과 레스토랑 ‘잇나인(Eat Nine)’이 그런 사이다. 잇나인(070-7017-4526)은 아트나인의 홀에 있고, 아트나인의 상영관은 잇나인 곁에 있다. 손님들은 티켓을 끊은 뒤 상영을 기다리는 사이에 식사나 차를 즐기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릴 수 있다. 거꾸로 영화를 보고 나와 식사나 차를 마시며 영화의 감동을 되새길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극장과 레스토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곳에서 더욱 흡족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아트나인에서 상영하는 영화들 중 상당수가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유럽영화이고, 잇나인에서 파는 음식이 파스타, 샐러드, 샌드위치 등 유럽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스타는 해산물을 가득 넣은 ‘페스카토레’(1만5900원) 등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비롯해 새우와 마늘을 넣은 ‘새우 크림’(1만5900원) 등 크림소스 파스타, 소고기와 버섯을 곁들인 ‘로제 크림 파스타’(1만4900원) 같은 로제오일 파스타, 마늘과 올리브를 올리브 오일에 볶은 ‘알리오 울리오’(1만3900원) 같은 오일소스 파스타 등이 준비된다. 샐러드는 새우가 듬뿍 들어가고 마늘빵이 곁들여진 ‘시저 샐러드’(8000원), 토마토와 견과류가 얹힌 ‘잇나인 샐러드’(6000원) 등, 수프는 조개와 야채로 맛을 낸 크림수프인 ‘클램차우더’(6900원), 브로컬리와 야채를 갈아 만든 ‘브로컬리’(6900원) 등이 나온다.

샌드위치는 햄과 야채를 치아바타에 토핑한 ‘이탈리안’(7900원), 베이컨, 레티스(양상추), 토마토의 머릿글자를 딴 ‘BLT'(6900원)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우디 앨런(78)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나 ‘로마 위드 러브’(2013)을 예로 든다면 방금 내가 먹고 온 음식을 영화 속 주인공들이 먹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보면서 몹시 당겼던 음식을 영화를 보고 나와 시켜먹을 수도 있다.

냉방이 잘된 실내에서 먹어도 운치 있으나 그보다 사당동, 방배동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널찍한 야외 테라스에 나와 소슬한 바람을 맞아가며 식사하기를 권한다. 내가 파리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로마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도 절로 날 것이다.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면 파리나 로마로의 순간이동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파는 음식도 ‘건강식’이지만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료나 만드는 조리법도 ‘건전’하다. 당일 들여온 신선한 재료를 써서 MSG나 방부제를 절대 첨가하지 않는 레시피로 조리한다. 파스타의 경우 생면으로 만드니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여름 메뉴로 ‘프라이드 치킨과 맥주 세트’(9000원), ‘웨지 감자와 맥주 세트’(7000원), 야외 테라스에서 구운 ‘모둠 바비큐 소시지와 맥주 세트’(1만9000원) 등을 판다.

오픈주방으로 만들어 내가 주문한 음식이 조리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재미도 있으면서 안심도 된다. 무엇보다 돈도 별로 안 되는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우직하게 상영하는 극장이 직영하는 레스토랑인 만큼 돈 몇 푼보다 고객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줄 것 같은 기대감도 한 몫한다.

잇나인의 또 다른 자랑은 커피다. 아트나인에서는 오징어는 물론 팝콘과 콜라도 팔지 않는다. 아래층 메가박스 이수에서 파는 것을 사와도 갖고 들어갈 수 없다. 대신 커피는 얼마든지 갖고 들어갈 수 있다. 이 집의 커피는 스페셜티와 프리미엄 원두를 기본으로 각각의 산지에 맞게 원두의 로스팅 포인트를 세분화했으며, 직화 방식을 택해 차별화된 맛을 구현해냈다. 그렇게 준비한만큼 맛도 좋다. 에스프레소 2900원~아이스 캐러멜 마카아토 4900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인도네시아 만델링, 과테말로 SHB, 콜롬비아 수프리모 등은 핸드드립(4900~5400원)으로 즐길 수 있다

여름인 만큼 ‘눈꽃빙수’도 놓칠 수 없다. 얼린 우유를 곱게 갈아낸 위에 팥, 망고,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 원하는 토핑을 얹는다. 4500~5000원.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1인분인줄 알기 쉽지만 남녀 커플이라면 2인이 먹어도 될 정도로 많이 준다.

주차는 건물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연중무휴로 오전 11시~오후 10시 문을 연다.

       맛집-사당동 잇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