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코로나19 방역 협력, 북한 수용 여부에 달렸다”
美 대북 제재 완화 시사로 남북 방역협력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협력을 제안해 북한이 수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북미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코로나19 방역부문에서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힌 데 이어 친서를 통해 재차 대북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13일 국제기구 등의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유엔은 유전자 증폭 검사장비, 진단시약 등 의료품 전달에 대해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김 제1부부장은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도 북미 관계를 정상 간 친분에 따라 속단하거나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는 미국 정상 차원에서 제안된 방역 협력 의사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북한이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정중히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자국 방역 역량의 우수성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방역시스템을 강화해 전염병 대처에 성공했다는 선전이다.
또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속도전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하고 다음달에는 대의원 687명이 모이는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며 방역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2월 공개활동을 자제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활발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예정에 없던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참석, 군사훈련 현지지도 등 6번의 공개활동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잇딴 공개일정에서 일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며 자국 방역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처해온 일련의 흐름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방역 협력을 선뜻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를 내부 역량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방역 협력을 계기로 갑자기 유화모드가 조성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