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놓고 군대갔다왔다 할 수 있나' 연예병사 복무 '백태'

2013-07-18     엄정애 기자

국방홍보지원대(연예병사) 제도 운영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결과 드러난 연예병사들의 평소 생활은 이들이 과연 현역으로 입대한 군인이 맞는지 의심케 했다.

18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홍보지원대 운영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춘천시 수변공원에서 열린 '위문열차' 공연이 끝난 뒤 연예병사인 이모 일병과 최모 일병은 마사지를 받기 위해 숙소를 무단이탈했다.

이들은 늦은 밤 35분간 안마방 3곳을 배회한 후 4번째 안마방에서 약 15분간 대기하다가 안마를 포기하고 숙소로 복귀했다.

같은 날 다른 연예병사 2명은 국방홍보원 인솔 간부의 묵인 아래 야식을 먹고 나서 숙소를 나와 영화를 봤다.

당시 국방홍보원의 담당 팀장은 공연 중 서울 자신의 집으로 복귀했다. 다른 직원들도 공연에 참여한 연예병사들의 통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관리감독 책임자의 업무 태만 속에 연예병사들은 일반 병사들과 달리 현역 군인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자유롭게 생활했다.

또 감사결과 연예병사 6명은 국방홍보원 대기실에 개인 휴대전화를 무단 반입해 사용했고 홍보지원대 담당자들은 이를 알고도 눈감아 주었다.

심지어 국방홍보원은 2006년 5월부터 연예병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기실에 인터넷을 설치했다가 문제 소지가 있자 뒤늦게 없앴다.

밤늦은 시간에 연예병사들이 소속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대기실에서 잘 수 있도록 침대 8개를 놓아두기도 했다. 야간이나 주말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는 연예병사를 위해 업무용 콜택시카드를 발급해주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감사의 발단이 된 그날의 행적만을 문제 삼아 발표했지만 늦은 시간 숙소를 빠져나와 거리를 배회한 정황이나 관리감독 책임자의 묵인이 일상화 됐다는 점을 비춰볼 때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군기강 문란 행위는 얼마든지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소속으로 일과 시간에는 홍보지원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누구의 관리책임하에 있지 않았다.

군 당국은 올해 초 연예병사로 복무하던 가수 비(정지훈)와 배우 김태희씨의 열애설과 함께 군기강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홍보지원대 특별관리지침'을 국방홍보원에 하달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군 관계자는 "일과 시간에 홍보지원대에서 근무하는 연예병사들은 물리적으로 근무지원단 지휘관들의 통제권 밖에 있었고 군인이 아닌 홍보지원대 간부들은 연예병사들을 제대로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한 것이 군 전체 사기를 놓고 볼 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