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개문발차’ 지도체제·공천 등 난제

통합신당 ‘주인’ 누가 되나 황교안·유승민 공동대표 가능성

2020-01-12     이교엽 기자
▲ 손 들어 인사하는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 추진 협의체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가 얼마 남지 않은 총선 일정에 쫓겨 개문발차 했지만 통합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혁신을 전제로 한 통합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통추위는 설 연휴 전까지 구체적인 통합 대상과 범위 등을 담은 포괄적 합의문을 도출하는 게 1차 과제다. 

실질적으로 남은 기간이 보름이 채 안 될 정도로 촉박한 만큼 주말을 지나 13일께 통추위 구성 작업을 매듭 짓고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통추위는 총선을 두 달 정도 앞둔 2월 10일께 통합신당 창당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신당 관련 협상은 통합신당창당추진위와 같은 별도 기구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긴 했으나 보수통합을 실현하는 과정에는 곳곳에 암초가 산적해있다. 

통합 이후의 신당 지도체제와 지도부 구성, 공천 방식·지분 등이 대표적인 암초로 꼽힌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과거 새누리당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정당이지만 지도체제가 1인 보스체제가 될지,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될지부터가 우선 관심이다.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 단일지도체제인 이른바 ‘1인 보스체제’는 당대표를 중심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 신생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민주적 리더십 체제와는 동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부에선 1인 보스체제의 비민주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최고위원이 동등한 권한을 나눠 갖고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리더십이 불안정한 게 단점이다.

중립적 지도부 구성을 위해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공동대표 체제로 가야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집단지도체제를 택한 적 있고, 새보수당은 현재 공동대표들이 한 달씩 책임대표를 번갈아 맡는 ‘순환형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가 탄핵 국면 이후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계파 갈등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 운영이 ‘보스’에게만 의존하거나 특정인에게 휘둘릴 위험이 적은 집단지도체제가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상호 협력하기보다는 계파 간 서로 견제만 심해질 경우 당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같은 보수 진영인 한국당과 새보수당에서도 박근헤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여전히 시각차가 있는 만큼 해묵은 계파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없지 않다. 

자칫 당 전체에 계파 줄 세우기가 나타나 정작 통합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 

공천 방식이나 지분을 놓고도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혁신을 기치로 내건 통합인 만큼 국민참여경선제나 국민공천 배심원제 등과 같은 개방형 경선제의 비중이 크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천의 핵심인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나 한국당과 새보수당 의원들 간 겹치는 지역구 문제를 원활하게 조율하지 못할 경우 공천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당장 홍준표 전 대표가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현역 의원이 한국당의 예비후보에게 크게 뒤쳐지는 지역구도 있어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대두된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태운 통합열차가 출발은 했지만 아예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통합이 무산되더라도 보수의 표가 분산되는 파국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느슨한 연대’라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총선에서 띄우기로 한 만큼 수도권은 새보수당과 연대하고, 영남에서는 우리공화당과 연대하는 식으로 후보 단일화나 유세 지원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