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법안 처리 등 본회의 합의 ‘불발’

심재철, 회동 20여분 만에 자리에서 나와

2019-12-23     박경순 기자
▲ 3당 원내대표와 회동중인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23일 예산부수법안과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문 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갖고 본회의 개최 등 국회 현안을 논의했다.

문 의장은 전날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하면서 크리스마스 이전에 본회의를 열어 예산부수법안과 민생·경제 법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에 “조건 없는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제안한다”며 ‘원포인트 본회의’를 제안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본회의 개최의 최우선 순위로 보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이 연내에 처리돼야 내년도 예산이 정상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협상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회동 시작 20여분도 안 돼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결렬됐다.

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번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날치기’ 한 것, 예산안 처리 순서를 마음대로 뒤집은 것 등에 대해 (문 의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그랬더니 (문 의장은) 본회의를 열면 말하겠다고 했다”며 “유감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입장문을 별도로 내달라고 했더니 그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는 심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철회하기로 했다가 보류한 것을 놓고도 거센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제가 명시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 속기록 있으면 까라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언쟁이 높아지고 충돌했다”며 “또 앞으로 여야 원내대표끼리 이야기할 테니까 의장께서는 제발 좀 빠지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여야가 다시 이야기해볼 생각”이라며 “의장께서는 오후 3시에 본회의를 열겠다고 하는데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면 어떻게 되겠느냐. 여야끼리 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3당 원내대표 추가 회동에 대해서도 “한 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후 3시에 본회의를 열어 예산부수법안,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등 개혁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더 미룰 수 없는 의사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문 의장의 본회의 강행 의지에 힘을 실었다.

본회의 개최 시 안건 상정 순서에 대해서는 “민생법안은 이미 필리버스터가 걸려있어 (처리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예산부수법안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니까 그것부터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선거법과 검찰개혁 관련 개혁법안을 상정할 수 있으면 상정해 진행시켜야 한다”며 “마냥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하는 게 우리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원안부터 상정해야 하는 게 맞고, 수정안이 준비되면 수정안도 같이 상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