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남긴 한일 대화…日 수출규제 논의 지속은 ‘긍정적’

‘제8차 수출관리정책대화’ 조만간 서울서 개최

2019-12-17     박경순 기자
▲ 브리핑하는 이호현 무역정책국장. /뉴시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제7차 수출관리정책대화’에는 우리 측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과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양국의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서 양국은 민감기술 통제 관련 현황과 도전, 한일 양국수출관리제도 및 운영, 향후 추진계획 등을 의제로 논의했다. 

일본 측의 태도 변화가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수출규제 조치 발표 직후인 7월 12일 이루어진 과장급 양자협의에서는 음료도 내지 않고 설명회로 격을 낮추는 등 일본 정부의 ‘홀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회의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회 등이 사용하는 곳으로 20명 이상이 착석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고 좌석마다 마이크도 구비돼 있다. 

이는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던 양국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수출관리제도와 운용에 대해 다양한 개선 상황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수출관리정책대화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3년 만에 양국 통상당국 간 대화가 재개됐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양국의 무역분쟁은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은 8월 28일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도 빼버렸다.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 수입국으로서 우리나라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수출규제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수입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국제연합(UN)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된 탓’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보도에 대해 우리나라의 수출통제 제도를 폄훼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결정 이후 3주 만에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당시 국민참여입법센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 결과 찬성이 91%로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지난 9월 1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재차 칼을 빼들었다. 

양국의 통상당국은 WTO 제소 절차에 따라 10월과 11월 각각 한 차례씩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입장 차이가 명확했기 때문에 곧 재판 절차로 넘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기조는 지난달 22일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조건부로 유예하면서 바뀌었다. 

이후 양국은 수출관리정책대화를 3년 반 만에 재개하는 등 확전을 자제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채널을 열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목표였던 일본 수출규제의 원상회복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단순히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설명과 보완만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양국은 오는 24일부터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양자회담을 추진 중이다.

또한 실무진 간 조율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 정책대화를 다시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