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禍로 여론관심 뺏은 새누리, 걱정 많은 민주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연일 홍익표 전 대변인의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 내심 고민스런 분위기다.
민주당은 자칫 여론의 시선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 아닌 소속 의원들의 설화(舌禍)에만 집중될까봐 우려하고 있는 것.
민주당내 일각에서는 당 대표의 사과발언 뒤에도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사람) 발언 파문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정희 정권을 가리켜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정권'이라 칭한 사례는 지난해 대선 당시에도 수차례 있었다는 게 민주당 내 일각의 지적이다.
민주당 내에는 귀태 발언을 막말로 치부하는 것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욕설이나 여성비하적 표현을 막말이라 할 뿐 '귀태'같은 비유적인 표현을 막말로 칭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귀태 발언으로 대변인을 사퇴시킨 것 역시 당 지도부의 지나친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야당 대변인이 말실수를 하면 여당이 봐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번 사태처럼 야당 대변인이 실수하면 집중공격하고 반대로 여당 대변인이 실수하면 봐주는 분위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정현 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야당 대변인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내놨던 논평은 거의 육두문자였다"는 불만 섞인 평도 나오고 있다. 연극 '환생경제'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여당의원들의 발언 역시 민주당 의원들에겐 여태껏 상처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새누리당의 귀태 발언 공세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 한 인사는 "저쪽(새누리당)은 국정원 사태 때문에 하열정국으로 가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 정치개입이란 본질은 어찌할 수가 없으니 자꾸 곁다리로 우리당 정치인들의 '표현'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는 "앞으로 장마가 끝나고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관련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게 되면 더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결국 본질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사태가 묻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이런 말꼬리 잡기 정국으로 갈수록 청와대와 여당이 국정원과 긴밀하게 연계돼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