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집]이보다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 있을까…‘포로이’
1990년대 후반 베트남 쌀국수가 처음 한국에 등장했을 때는 트렌드에 민감한 부유층 젊은이들의 멋처럼 여겨졌다. 베트남 쌀국숫집은 마음에 드는 여성과 데이트 장소로 택해도 상당히 많은 점수를 따는 곳이었다.
15년 이상 흐른 지금 베트남 쌀국숫집은 아직은 중국집이나 일식당만큼은 아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는 국숫집이라고 해도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도입 당시 6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쌌던 쌀국수 한 그릇 가격은 8000원대로 중국집의 삼선간자장과 비교해 별 차이 없다. 안심, 차돌박이, 힘줄 등 곁들여지는 소고기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
게다가 한때 ‘쌀로 만들었다고?’라고 의구심과 호기심의 대상이던 쌀국수는 이제 밀가루 국수와 달리 살찔 걱정, 성인병에 걸릴 걱정에서 완전히 비켜선, 일부러 찾아먹어야 할 저칼로리 건강식이기도 하다.
1998년 서울 강북 최초의 베트남 쌀국숫집으로 문을 연 이래 15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음식점이 ‘포로이’(02-766-6444)다. ‘포(쌀국수)의 로이(황제)’를 꿈꾼다는 의미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앞 건물에 자리한 이 집에는 대학로를 찾은 젊은 세대도 당연히 많지만, 지난 세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병으로 쌀국수 데이트차 찾아왔던 20대들도 30대 중후반이 돼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있다. 그 사이 이 집을 꾸준히 찾은 사람도 있고, 정말 오랜만에 들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재혁 사장에게 하는 말은 똑같다. “여전히 맛있네요.”
물론 그 동안 이 집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남의 브랜드의 대학로점이었지만 5년 전 ‘포로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며 본점이 됐다. 서울(등촌 도곡 신촌 천호 목동 북촌 용산 광화문 상일), 인천(계양), 경기(별내) 등에 지점도 거느리게 됐다. 자체 브랜드로 바뀌면서 쌀국수, 월남쌈 등 기존 메뉴는 재료를 고급화하는 등 내실을 기하고, 볶음면과 볶음밥 등을 다양화했다. 애피타이저 등에서는 다른 브랜드에 없는 자체 메뉴도 여럿 개발했다. 이 집 쌀국수가 다른 집보다 국물 맛이 진하다는 호평을 듣는 것이나 다른 집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선한 메뉴들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최 사장은 “서울에만 해도 베트남 쌀국숫집이 500개 넘게 있다. 그런데도 반백의 단골손님들이 주변의 가게들을 제쳐두고 우리 집 쌀국수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와주신다”면서 “그런 가족 같은 단골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한 개의 식재료, 한 순간의 조리 과정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 사장의 추천 메뉴는 ‘월남쌈 세트’다. 2~5인용이 준비되는데 월남쌈, 미니 양지 쌀국수, 전식(애피타이저) 등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고, 가격도 따로따로 주문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어서 2명 이상이 온다면 이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 이롭다. 2만8000원(2인)부터.
베트남 쌀국수 도입 초부터 꾸준히 먹어온 사람으로 내가 추천하고 싶은 이 집의 메뉴는 당연히 쌀국수이겠지만 한 가지 더 있다. 애피타이저 중 ‘짜조’다. 해산물, 돼지고기, 버섯, 야채 등을 다져 만든 속을 라이스 페이퍼로 싼 뒤 튀겨낸다. 기름에 튀겼지만 느끼하지 않고, 라이스 페이퍼도 아주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게다가 베트남 쌀국숫집에서 흔히 먹는 춘권처럼 냉동식품을 데운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메뉴라 더욱 흡족하다. 모둠 전식(8000원), 세트 모둠 전식(1만3000원)이나 단품(5000원)으로 즐길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중무휴 문을 연다. 120석 규모이며 주차는 건물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