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연금개혁 때 보험료 인상·급여삭감 모두 반대”
전문가 “국민 반발에 정치권 미온적 태도 우려”
국민연금 재정문제 해법으로 국민들은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액 삭감 모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재정안정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연금 개혁이 어렵다는 얘기로, 국민 설득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급여액 인상과 연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10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가 수행한 ‘포용적 복지와 지역사회복지 쟁점 및 과제 연구 Ⅱ’ 보고서에 따르면 최유석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복지정책 중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인식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혁신성장과 사회적가치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활용했다.
국민연금 재정문제 해법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반대 의견이 45.9%(전혀 그렇지 않다 18.0%, 별로 그렇지 않다 27.9%)로 23.6%(매우 그렇다 4.3%, 약간 그렇다 19.3%)인 찬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보통 응답은 30.5%였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가입자 소득의 9%(사업주와 노동자는 4.5%씩 부담)다. 보험료 인상 찬성비율은 남성(28.7%)이 여성(18.8%)보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고등학교 졸업 17.0%, 대학교 졸업 29.1%, 대학원 이상 36.0%), 보수(27.3%)보다 진보(29.0%) 성향에서 높게 나타났다.
노후에 받는 급여액을 줄여 국민연금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에 대해선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했다. 급여액 삭감에 찬성 입장은 15.6%(매우 그렇다 2.2%, 약간 그렇다 13.4%)에 그친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률은 60.0%(전혀 그렇지 않다 23.2%, 별로 그렇지 않다 36.8%)에 달했다.
급여액은 국민연금에 40년간 가입했을 때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보장 수준인 소득대체율과 관련이 있는데 그간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 대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정문제를 개선해왔다.
도입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2008년 5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2028년 40%까지 낮추게 돼 있다.
연금 삭감 반대 의견은 소득이 적을수록 높았다. 주관적 계층의식이 하층이라고 답한 사람들은 67.3%가 반대해 중층(57.3%), 상층(44.3%)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게 반대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 이후로 늦추는 방안에도 과반수인 50.7%(전혀 그렇지 않다 21.6%, 별로 그렇지 않다 29.1%)가 반대해 찬성 응답률 25.5%(매우 그렇다 6.2%, 약간 그렇다 19.3%)보다 많았다.
도입 당시 60세였던 수급 개시 연령은 1998년 제1차 연금 개혁을 통해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지고 있다. 2023년 63세, 2028년 64세에 이어 2033년이면 65세에 도달한다.
최유석 교수는 “보험료 부담의 증가, 급여액 감소와 같은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소들의 개혁에는 반발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재정안정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연금 개혁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 직면해 각종 선거를 앞둔 정부와 정당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여겨 국민연금 개혁을 차기 정부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최 교수는 “보험료 인상이 인기 없는 정책이라서 포기하기보다는 연금급여액 인상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