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에 韓 성장률 0.34%p까지 하락

KDI “악영향, 대만에 이어 세계 두 번째”

2019-11-04     박경순 기자
▲ 브리핑하는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 /뉴시스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최대 0.34%포인트(p)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 평가 및 시사점’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오는 12월까지 미-중 양국이 부과하기로 공표한 관세가 모두 현실화한다는 가정하에 2019~2020년에 걸쳐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0.34%p”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대부분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중국 경제 둔화 탓이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서 떨어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32%p, 중국이 미국에 관세를 부과해서 떨어진 몫이 0.02%p다. 

특히 중국의 수출 감소(공급 채널)보다 중국 내수 위축(수요 채널)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공급 채널은 양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수요 채널은 관세 부과가 양국의 경제 성장률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김 실장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수출량 중 70%가량이 내수로 흡수된다. 중국이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한국 상품보다 내부에서 자체 소비하기 위해 수입하는 것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의 총수출에서 중국 비중(26.8%)이 미국(12.0%)보다 큰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KDI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기초 여건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중국 기업 수익성 악화다. 최근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는 기업 수가 빠르게 증가해 기업 부문이 대외 충격에 취약한 상황이다. 지난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기업 수는 150개를 돌파했다.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 평균치도 3%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중국 기업 부실은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8개 은행이 지난해 결산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이 중 일부는 파산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과 지방 정부 재정에도 여파가 있다. 

미국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가 둔화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의 채무 불이행은 물론 지방 정부의 토지 판매 수입이 급감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지방 정부는 재정 지출과 수입의 격차를 토지를 팔아 충당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에 지방 재정 여력이 좌우되는 구조다.

기초 여건 악화에 따른 중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 여력은 대체로 유효하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보다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최근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치며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 수준까지 커져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방 정부의 토지 판매 등 암묵적인 재정 활동(Off-Budget)을 포함하면 재정 적자는 GDP 대비 12.7%(2019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화 정책의 경우 기준금리는 4.35%, 지급 준비율은 13.0%로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 

그러나 통화 완화 정책이 가계 및 기업의 신용을 팽창시킬 수 있다는 부담은 있다.

이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 경제 곳곳에 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통상·산업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