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한전 ‘전기요금 특례할인’ 신경전
각종 전기요금 특례할인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의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재무구조 부담을 덜기 위해 각종 요금제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인데, 주무부처 수장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나절만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던 정부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정책 엇박자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국전력의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손실은 4121억원이다. 누적으로 따지면 올해 상반기에만 1조1733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미 지난해 순손실인 1조1745억원에 육박한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170%를 웃돈다.
올해 하반기에도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자료를 보면 한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3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3분기에는 여름철 냉방 수요로 전력판매량이 늘어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시기다.
미래에셋대우는 온화한 기후와 경기 부진 등으로 3분기 전력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빛 3·4호기 발전 재개가 지연되고 있고, 한울 5호기와 고리 4호기 정비기간이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예년보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김 사장이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제도를 일몰시키겠다”고 말한 이유다.
주택용 절전 할인과 신재생에너지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초‧중‧고교와 전통시장 할인 등 특례혜택을 모두 없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미 한전은 내년 1월1일자로 해지되는 전기차 충전용 특례요금제를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반면 산업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 한전과 협의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 예산도 검토되고 있지 않다.
성 장관은 전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기요금 할인특례제도의 도입 취지와 효과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한전이 정부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6월 여름철마다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을 추진할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배임 가능성에 대한 법률 해석을 로펌에 의뢰하기도 했다.
한전은 누진제 완화로 연간 3000억원 가량을 떠안아야 한다.
일부 사외이사는 정부의 전기요금 완화 정책에 따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손실을 채워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에 따른 피해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점도 문제다. 상장사를 이끄는 김 사장이 이를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 최대주주는 정부로 51.1%(한국산업은행 32.9%, 대한민국정부 1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 비율은 35.1%이다.
한전 주가는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 최저가는 2만3850원(2018년 10월 12일)으로 지난 30일 종가인 2만586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주가는 지난 3월 4일 52주 최고가(3만6000원)를 기록한 이후 28%가량 빠졌다.
한전은 올해 11월 말까지 새 전기요금 체계를 담은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한전은 공시를 통해 전기 요금의 이용자에 대한 부담 원칙을 세우고 현재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편안에는 필수사용량 공제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해석에 따라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실제 얼마 전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정부와 한전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해 이후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당시 김 사장은 이런 추측들에 대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요금 인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비슷한 질문을 받은 성 장관도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