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집회 '民心향배'어떻게되나?

2013-07-03     엄정애 기자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집회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촛불 재점화를 위해 애쓰는 모양새지만 '2008년 광우병쇠고기 촛불집회'를 연상할만한 대규모 집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촛불집회는 6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서울대와 숙명여대 등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시민사회에 자극이 됐으며, 이후 시국선언은 각종 시민단체와 교수사회까지 확산됐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관련 집회시위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도 대학생들과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나온 이후부터였다.

그러나 이후 촛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재점화되는 양상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평일에는 수백여 명, 주말에는 수천여명 수준의 집회시위가 이어질 뿐이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에는 평일에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도심을 메웠고, 주말에는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특히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고시한 2008년 5월30일에는 10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컨테이너박스로 가로막으면서 국민과의 소통부재를 꼬집는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먹을거리 문제와 민주주의 문제라는 구도의 차이가 크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먹을거리의 위험성 문제가 국민들 사이에서 폭넓게 공감대를 얻은데 반해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다소 '먼 이야기' 일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먹을거리와 외교주권의 문제가 교묘하게 결합하면서 공감대를 얻었으며, 청소년들의 시위참여가 대중적인 집회 참가의 도화선이 됐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이 '정쟁'의 소재가 된 것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이라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라는 '팩트'사이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보수와 진보의 주장이 뒤섞이면서 상당히 어려운 스토리가 됐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이야기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참여연대 장동엽 간사는 "2008년 당시에는 쇠고기를 직접 먹게 될 당사자인 학교급식을 하는 청소년들, 주부들이 가장 먼저 집회에 나왔다"며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장 간사는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했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이 물 타기를 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면서 교묘하게 이슈를 흐리고 있다"며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촛불에 나갈까 말까 하는 대기모드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실 국정원이 대선을 휘저은 초유의 사건을 놓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할 줄 알았다"며 "생각보다 국민적 분노가 크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분을 살 만한 새로운 팩트가 나오거나, 새누리당의 자책골이 있지 않는 한 전 국민적 저항은 예상하기 힘들다"며 "다만 6월 항쟁이나 광우병 촛불집회도 예열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점을 감안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