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감시센터 신축 반대'…현장시장실 3분 민원의 결말은?

2013-07-02     엄정애 기자

'안전한 교육환경 확보를 위한 학부모 모임' 대표 이진희(41·여)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법무부가 올 들어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에 신축하고 있는 전자발찌 감시센터 때문이다.

이씨를 포함한 휘경동 주민들은 감시센터가 새로 들어서면 성범죄자 등이 들락거려, 자신들의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측은 범죄자들과는 무관한 감시센터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감시센터 신축이 가져올 영향을 종합해 보면 성범죄자 등의 출입은 잦아질 것이라고 재반박하고 있다. 새 건물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숙원인 서울보호관찰소 이전도 물 건너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법무부나 동대문구측에 하소연해도 도통 먹히지 않으니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감시센터가 들어설지라도 치안센터 등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인프라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관은 요지부동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님비 현상'으로 몰고 가는 법무부 등의 행태에도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동대문구측의 형식적인 공청회는 '안 하니만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 등은 1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부터 1박2일 동안 동대문구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현장시장실'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방송(www.seoul.go.kr/runningmayor)을 통해 시장의 동선을 파악한 이씨 등은 오후 4시께 청량리 역사 앞에서 현안을 확인하고 현장시장실 버스에 박 시장이 오르려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등하교길 안전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에 피켓을 들고 박 시장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읍소했다.

동대문구청 직원들이 "다음 일정이 있다"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박 시장은 발길을 멈추고 3분여에 걸쳐 이들의 목소리를 꼼꼼히 메모했다.

이씨 등 휘경동 주민 20여명은 2일 오전 동대문구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현장시장실 청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여차하면 피켓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청책토론회 시작과 함께 한 중년 여성이 박 시장의 발언을 막고 서울보호관찰소의 이전을 요구하며 막무가내로 거친 언사를 쏟아내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동대문구의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던 박 시장이 설명 말미에 자신들의 문제를 프레젠테이션 하자 눈이 번쩍였다.

박 시장은 "감시센터가 이 지역에 들어서면 시민들이 불안하실 수도 있다. 그런 것을 감안, 법무부 장관에게 공문을 내서라도 주민들의 민원이 이런 상황이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하겠다. 꼭 공문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치안센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그렇다면 경찰청과 협의, 장소를 잘 물색해 최소한의 안심이 되도록 협의할 것"이라며 주민들을 다독였다.

거친 피켓시위도 불사할 것으로 보였던 주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씨는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미리 질문서를 받지도 않지도 이렇게 관심을 기울여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발적으로 (어제 청량리 지하철역에서)민원을 드렸는데 오늘 이렇게 바로 우리 얘기를 하실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박 시장이 현장시장실을 하면서 정말 시민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자리한 김효진(39·여)씨도 "설마했는데 기타 의견으로 (우리 문제를)설명을 해주시니까 솔직히 놀랐다"며 "초등생 자녀를 둔 입장에서 보호관찰소는 참으로 우려스러웠다. 박 시장이 직접 언급하니 어머니께서도 알고 놀라고 기뻐서 눈물까지 보이셨다"고 웃었다.

이씨 등은 자신들이 짧은 시간 전한 내용을 박 시장이 직접 받아적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새벽무렵까지 숙의를 거듭했다는 것을 전해듣고선 놀라움을 표시했다.

전날 시장에게 막무가내로 다가가던 자신들의 모습이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담겨있을 때는 웃음도 터뜨렸다.

물론 이씨 등이 박 시장으로부터 뾰족한 해결방안을 받아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개발 등에 대한 주민간 이견 탓에 고성이 함부로 오고간 이날 현장시장실 청책토론회가 끝난 뒤 '청량리 역사 앞 3분 민원'의 수혜자들은 가장 웃음띤 얼굴을 한 채 퇴장했다.

한편 서울보호관찰소 인근에는 전동중, 휘봉초, 휘봉고, 휘경여중·고 등 7개의 초·중·고교가 있다.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만 약 600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