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엑스 한국인 승무원 1호 '팽지현'

2013-06-27     김지원 기자

"50살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대개 승무원들은 40대가 되기도 전에 유니폼을 벗는다. 이유야 어찌됐든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40살이 넘은 승무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외항사는 다르다.

외항사는 30살이 넘은 승무원도 환영한다. 결혼을 해도 상관없다. 에어아시아엑스 팽지현(29·여)씨가 반(半) 100살이 될 때까지 승무원으로 살고 싶다는 것도 외항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이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그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물론 그리 편한 직업은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 일했구나"라는 보람 때문에 쉬이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어떤 날은 낮에, 또 다른 날은 밤에 깨있어야 해요. 생활패턴이 들쑥날쑥하죠. 긴 비행이라도 걸리는 날엔 다리가 따로 노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일은 즐기지 않으면 할 수 없잖아요. 내가 이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찾는게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그가 승무원으로 있으면서 찾은 배움은 바로 '소통'이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접하는 새로운 풍경, 매일 최소 2~3시간은 부대끼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의 일상인 셈.

팽씨는 "사적인 사이에서도 보다 성숙한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50살까지는 이 일을 놓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그의 뛰어난 어학능력도 한 몫했다. 뉴질랜드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잠시 일했던 면세점에서 일어를 배웠고, 승무원을 하면서 말레이시아어까지 습득했다.

"모두 우연찮은 기회였어요. 무엇보다 제가 불편해서 배우기 시작한건데, 이렇게 큰 장점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승객과의 소통이 쉬우니 시간도 단축되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단다. 평균 90~100시간 비행을 하는데 팽씨는 뛰어난(?) 어학능력 때문에 다른 승무원 보다 기내에서 몇 배는 더 뛰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홀로 생활한지 4년차. 팽씨는 "에어아시아엑스의 '친근한' 문화가 없었다면 '50살 승무원 꿈'은 싹을 틔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아즈란 오스만 라니 에어아시아엑스 대표와 직원들의 책상엔 서로 벽이 없다. 말 그대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인 셈.

팽씨는 "회사 분위기 자체가 '한 울타리'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며 "기장과 편하게 농담도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입고 출근할 때마다 '오늘도 전투하는 자세로!'를 외친다는 팽씨는 "일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해야하고 지켜야할 일에 집중한다"며 "수십년 후에도 이런 마음으로 일하는 팽지현을 꿈꾼다"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