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시국선언 사흘째 이어져 …촛불시위될까 '촉각'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20여개 대학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 소재 대학들도 움직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촛불집회 등 집회도 준비하는 분위기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21일 오전 11시 순헌관 사거리에서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 및 시국토론회'를 개최했다. 시국선언 발표는 서울대와 이화여대에 이어 세번째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새날'은 시국선언문에 국정원 사태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와 선거개입·축소수사 관련자에 대한 강력 처벌 등의 요구를 담았다.
이어 경희대와 성공회대, 동국대 총학생회는 21일 12시 광화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동국대는 학내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덕여대, 서울여대 총학생회 등도 성명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가톨릭대 총학생회는 온라인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강대에서는 정치외교학과 강동헌 학생 등 4명이 '양심선언'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자유민주주의를 희구하는 정외과 학생'이라고 밝힌 이들은 "국가의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선거에 개입해 자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교란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우리가 강의실에서 배우고 활자로 배웠던 민주주의라는 사상과 제도는 지금, 여기에서 조용히 붕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연세대와 고려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 등의 입장 표명을 위해 학내 의견을 모으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만나 진행했다"며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치적 외압 및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외대도 21일 오후 7시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방 소재 대학들의 움직임도 있다. 부산대와 전남대가 시국선언에 동참한 가운데 강원대의 경우 학내에서 국정원 수사를 지켜보자는 유보적인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아탑의 외침, 촛불로 이어질까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등은 대학가의 이같은 움직임이 대규모 촛불시위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정조사 여부 등을 놓고 여론을 지켜보는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우선 대학가에서 '비운동권'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안의 '휘발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총학생회 등 대표적인 비운동권 성향의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불을 붙인데다가, 서강대 등에서 '일반 학생'의 양심선언이 이어지는 등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은 21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촛불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각자 시국선언을 발표한 학생들이 일제히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시위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야당 등 정치권와 시민사회단체들도 대학가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할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장외집회와 '국민행동' 등의 행사와 고발, 청원 등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이기로 의견을 모으고 2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진보정의당도 21일부터 거리로 나가 '대통령 사과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국민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진보정의당은 향후 정당, 시민사회단체들과 국민행동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각종 소송을 준비 중이다. 오전 최현락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과 이병하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 15명을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전날 10만 명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 국정조사 실시 청원서를 새누리당 당직자에게 전달했다. 표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주일 내로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민들께 서울광장에 모여달라고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우병 쇠고기의 경우 먹거리 문제라는 광범위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인 항쟁이 가능했었다"며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문제와 외교주권의 문제가 교묘히 결합되면서 촛불을 들고 일어서자는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는 사안 자체는 민주주의 유린이라는 점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지만 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며 "이 문제가 일반 국민들에게 얼마나 동참을 이끌어낼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