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인센티브에 '벙어리 냉가슴'
서울시가 '인센티브사업'에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자치구를 선정해 매년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가운데 평가 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시의 인센티브사업이 '시정 홍보 수단'이자 '자치구 길들이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올해 15개 인센티브사업을 지정해 총 8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주요 분야는 사회복지와 환경교통, 산업경제문화와 주택도시관리, 일반행정 등 5개 분야다. 여기에 '서울 꽃으로 피다' 사업이 추가로 지정됐다.
사업비, 즉 지원금이 가장 많은 분야는 일반행정 분야로 총 19억원의 지원금이 책정돼 있다. 다음은 '서울형 희망복지' 사업 등이 포함된 사회복지 분야와 '서울 희망일자리 만들기' 사업 등이 포함된 산업경제문화 분야로 각 17억원의 지원금이 책정돼 있다.
총 11억원의 지원금이 책정돼 있는 환경교통 분야의 사업으로는 '원전 하나 줄이기'와 '사람이 우선하는 건강한 서울교통 만들기', '자원이 순환되고 깨끗한 도시만들기' 등이 있다.
시는 매년 연말에 사업별로 평가를 진행해 '최우수 그룹'과 '우수 그룹', '개선 그룹'을 선정한다. 지원금은 1개 사업당 1000만원에서 1억여원까지 차등지급된다. 한 개 사업당 지원금을 받게 되는 자치구는 절반 정도인 12개 안팎이다.
이렇게 지급되는 인센티브사업 지원금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등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해진 자치구에게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자치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볼 때 일반적으로 3000~5000억원 정도인 자치구 1년 예산 중 재량껏 쓸 수 있는 예산은 30~100억원 정도다. 이들에게 '추경' 또는 '일반재원' 형태로 쓸 수 있는 인센티브사업 지원금은 큰 보탬이 된다.
문제는 자치구가 인센티브 사업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시가 매년 인센티브사업을 지정해 자치구에 통보하다 보니 자치구 현안과 관계없이 반 강제적으로 인센티브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인센티브사업 평가가 마치 자치구의 업무능력을 대변하는 지표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지역 현안보다 인센티브사업에 매달리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인센티브사업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서류 작업 등을 담당하는 TF팀을 꾸리는 자치구까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사업 항목들이 시장의 성향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없지 않아, 시가 역점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자치구를 동원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실제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과 '보도블록 개선' 사업 등이 인센티브사업으로 새롭게 지정된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노점정비' 사업과 '대기질 개선' 사업 등은 인센티브사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마지 못해 하고 있다"며 운을 뗀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인센티브사업에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해야 할 일을 못할 때가 많다"며 "인센티브사업 평가 결과를 자치구의 업무능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이벤트성 사업들까지도 할 수밖에 없다. 자치구 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진행하는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의 경우 인센티브 사업평가에서 언론 보도 건수가 5건 이상이면 2점 만점을 준다. 그런데 이게 건마다 내용이 달라야 점수를 모두 준다. 하지만 '꽃으로 피다' 캠페인은 대부분 내용상으로는 같은 것이다. 같은 내용을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로 내는 요식행위가 우리구 뿐만 아니라 다른 구도 비일비재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를 발굴해서 제공한 실적을 바탕으로 점수를 주겠다며 자치구별로 계획을 수립하라고 하는데, 이건 서울시에서 해야 할 일이지 않냐"고 반문하며 "하기 힘든 일을 인센티브를 빌미로 자치구에 떠넘기는 것이다. 이런 게 한 두개가 아니다"고 털어놨다.
평가기준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자치구마다 환경과 인프라가 다른데 그런 점에 대한 배려 없이 일률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특정 분야에 있어 몇몇 자치구로 지원금이 편중된다는 것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문화분야의 경우 관련 인프라가 조성돼 있는 곳도 있도 부족한 곳도 있다. 일자리의 경우도 관련 단체가 모여 있는 곳이 유리하다"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치구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갑'인 서울시의 횡포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또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안행부가 실시하는 지자체 사업 평가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합동평가할 때에는 해당 부처에서 각 시·도 담당자를 불러 평가기준 회의를 갖는다"며 "서로간 회의를 통해 각 시·도가 수긍할만한 평가기준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도 각 자치구 실정에 맞게끔 전 해 말에는 자치구와 회의를 거쳐 납득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마다 인센티브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적이 다른 자치구가 은연중에 배제되지 않느냐는 불만도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중구와 강남구, 서초구 등은 정치적 성향 때문에 은연중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인식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김광수(도봉2)의원은 "25개 자치구는 행정적으로 분리된 것일 뿐 지정학적이나 지역경제적으로 명확하게 분리된 유형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인센티브사업이 자치구간 과다경쟁을 유도하고 형식적인 실적 평가에 치우치는 문제가 있다"며 "자치구별 독자적 평가보다 협력적 관계를 농한 시정참여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운영방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인센티브사업과 관련해 자치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등부터 25등까지 성적대로 줄을 세우는 대신 3개 그룹으로 나누는 등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좋은 의도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자치구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