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맛집-독일 뮌헨 '호프 브로이 하우스'
매년 가을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는 맥주의 도시 독일 뮌헨. 이곳에는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맥주의 성지가 있다. 바로 ‘호프 브로이 하우스’다.
뮌헨 신시청사와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뮌헨의 중심 마리엔 광장에서 동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하우프트반호프 역에서는 20분 거리다.
독일 바이에른의 왕 빌헬름 5세가 1589년 뮌헨에 설치한 궁정 공식 양조장이 기원이다. 이후 1830년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됐다. 1920년 아돌프 히틀러(1889~1495)는 이 좋은 곳에 2000명의 독일인을 모아놓고 나치당 창당을 선언하며 제2차 세계대전 비극의 서막을 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호프브로이하우스 건물 앞에 섰다. 외벽과 입구 등에 부착돼 있는 왕관이 그려진 HB 마크가 이 집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과시한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낮 1시께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야말로 맥주를 물처럼 마셔대고 있었다. 가게 중앙에는 바이에른 민속복장을 차려입은 6인 브라스밴드가 신나게 풍악을 울리며 ‘부어라 마셔라’를 한창 북돋우는 중이었다. 벌건 대낮에 이렇게들 먹어대는 사람들이니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는 어땠을지 안 봐도 감이 잡힌다. 하루에 이 집에서 팔리는 맥주의 양이 1만ℓ라는 게 실감난다.
일행과 1층(독일 등 유럽은 우리가 1층이라고 부르는 곳은 땅층·L층, 2층이 1층, 3층은 2층으로 부른다)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아 맥주를 시켰다. 뮌헨에서 13세기부터 전승돼오는 ‘라거 비어’와 ‘둥클래스 바이스 비어’(흑맥주)를 골랐다. 안주는 이 집의 명물인 ‘바이스 보르스트’(하얀 소시지)와 독일의 별미 ‘슈바인스 학세‘를 주문했다.
맥주와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안주 삼으라고 ‘프레즐’이 곁들여진다. 땅층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여직원들이 바구니에 넣고 다니며 팔던 메뉴다.
맥주의 본고장에서 마시는 맥주의 맛은 역시 일품이었다. 입 안에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짜릿한 맛이 나도 모르게 “정말 맛있다”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먹어온 맥주가 다 가짜였구나’라는 생각과 ‘이제 한국 가서 맥주 어떻게 먹나’라는 생각들이 교차됐다.
이번에는 프레즐 차례. 보통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딱딱해 독특한 맛이 기대됐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와…, 소태다”. 소금 독에 수십년 들어있다 나온 것처럼 짠맛이 몸서리칠 정도였다. 일행 모두 같은 느낌이었는지 다들 프레즐을 먹는 것을 멈추고 바로 맥주를 꿀꺽꿀꺽 마셔댔다. “맥주 계속 마시라고 음식이 이렇게 짜게 나오나”라고 불만스러워 했지만 왠지 맥주 맛이 더욱 좋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슈바인스 하센이 나왔다. 돼지 족발이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잘려져 있고 옆에 감자로 추정되는 야채가 자리하고 있다. 나이프로 일단 족발의 표면을 잘라 맛봤다. 바삭하게 조리된 것이 독특한 풍미를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짰다. 그나마 프레즐 만큼은 아닌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속살은 다행히 짠맛이 살짝 돌아 먹을만했다. 다만 맥주로 배를 채워서인지, 아니면 1인분치고 양이 너무 많아서인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함께 곁들인 감자는 정말 독특했다. 으깬 감자와 삶은 감자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감자 맛에 보리빵 맛이 곁들여진 독특한 맛이었다.
맥주가 거의 비워질 무렵 바이스 보르스트가 나왔다. 항아리에 소시지 4개가 들어 있어 일행이 나눠 먹기에 충분했다. 하나를 꺼내 먹기 좋게 잘라 입에 넣었다. 속살은 부드러우면서 꽉 차있었고, 돼지내장으로 만든 껍질은 쫄깃쫄깃해서 좋았다. 바이스 보르스트면 되는데 몰라서 하센을 시킨 것이 후회됐다.
한참을 먹고 있을 때 가이드가 한 마디 던진다. “껍질은 벗기고 드시는 것 아시죠?” 다들 뭐 씹은 표정을 지었다. 가이드는 “물론 비닐이 아니라 먹어도 상관없지만 질겨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독일인들은 먹지 않는다”고 황급히 수습했지만 먹은 사람이나 뒤늦게 알려준 사람이나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땅층과 1층, 야외 테라스를 합쳐 2000명 넘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렇지만 손님 많은 성수기에는 낯모르는 사람들과의 합석을 각오해야 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연다.
워낙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다 보니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맥주컵, 장식용 자석, 의류 등 각종 기념품을 파는 매장이 땅층 한 쪽에 마련돼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4호(12월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