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CJ 불공정 주식거래 의심…금감원 조사의뢰
CJ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CJ그룹이 국내외 차명계좌로 주식매매를 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한 정황을 잡고 금융당국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CJ그룹이 차명으로 의심되는 국내외 증권 계좌 수백개를 이용해 CJ 계열사 주식을 다량으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불공정거래한 정황을 포착, 해당 차명계좌가 개설된 시점부터 최근까지의 거래내역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우선 CJ그룹이 차명 증권계좌로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이용이나 시세조종 등과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둔 뒤, 이와 관련된 물증이나 단서가 있으면 국내외 비자금과도 연관짓고 관련 자금 흐름을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이 해외 자산운용사인 T사 등의 명의로 외국계 투자를 가장한 소위 '검은머리 외국인' 자본으로 CJ㈜, CJ제일제당 등의 주식을 사고팔아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냈거나,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의 CJ㈜ 지분을 늘려주기 위해 주가조작이 이뤄졌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회장의 CJ제일제당의 주식 전량을 CJ㈜의 신규 주식과 맞교환하는 공개매수를 앞두고 외국인투자자들의 대량 매도로 CJ㈜ 주가가 급락해 이 회장의 CJ㈜ 지분율이 19.3%에서 43.3%로 크게 올랐다.
검찰은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국내외 비자금 운용과 세금 탈루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계좌를 중심으로 자금 거래내역을 샅샅이 훑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미 CJ그룹이 국내 은행·증권사에서 차명계좌 수백개를 개설하고 외국계 은행·증권사의 서울지점에서 외국인 또는 해외 펀드 명의로 된 차명계좌 10여개에서 의심스러운 자금운용과 주식거래를 한 정황을 잡고, 이들 계좌의 2004년부터 최근까지 금융거래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CJ㈜ 및 CJ제일제당의 2004·2007·2008년 주식거래 내역, CJ㈜와 CJ제일제당의 외국인 주주 명단과 지분 변동 내역 등을 임의제출 받아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금감원의 공조를 얻어 차명 증권계좌의 실소유주와 주식거래 내역, 매매자금 흐름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CJ그룹이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인 아카사카(赤坂)에 위치한 21억엔(한화 234억여원) 상당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한 의혹과 관련,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CJ그룹의 일본법인장 배모씨가 대주주로 등재된 팬재팬㈜은 CJ그룹의 정식 계열사는 아니지만 부동산 관리회사로, CJ일본 법인 건물을 담보로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원을 대출받아 아카사카의 건물을 매입했다.
일부에서는 '팬재팬'을 실제로 운용한 주체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S투자회사인 사실을 확인, 이 투자사의 대주주가 CJ그룹의 해외 사료사업 지주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인 점을 들어 CJ그룹이 일본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당시 대출 경위와 대출금의 용처뿐만 아니라 팬재팬의 운용 주체와 주주변동 과정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의 지분 내역이나 변천과정은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관련된 부분이라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며 "개연성에 대해선 충분히 염두해 두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44)씨가 2007년 9월 설립한 엔에프디인베스트먼트홀딩스를 통해 CJ 오너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코스닥기업 A사 주식 70억여원어치를 매입한 후 4개월 만에 코스닥 우회상장 업체인 B사에 75억원에 매각해 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세운 회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달 말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또 2007년 6월 썬앤아이투자개발을 세우고 이듬해 2월 모 저축은행에서 42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 출자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인천 강화도 석모도 땅을 담보로 내세워 사실상 비자금이 활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