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억원 관세포탈 은행원 출신 양주수입업자 적발

2013-06-04     엄정애기자

200억원대 관세를 포탈한 뒤 해외로 밀반출시킨 은행원 출신의 양주수입업자가 세관에 덜미가 잡혔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해외에서 160억원 상당의 양주를 수입하면서 4년간 가격을 낮게 신고해 203억원의 세금을 빼돌린 양주수입업체를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모씨와 김모씨는 2009년부터 4년간 네덜란드와 말레이시아의 해외 판매처로부터 160억원 상당의 수입양주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주세를 피하려고 실제 가격보다 낮게 허위송품장(INVOICE)를 세관에 제출했다.

허위송품장에 적어낸 신고금액은 고작 30억원이었다.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산 양주인 예거마이스터의 경우 실제 수입금액의 3분의 1 가격으로 세관에 신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원 출신인 이모씨는 2000만원이 넘는 현금 출금이 고액현금거래(CTR)여서 관계당국에 보고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선 1900만원으로 쪼개 출금한 뒤 환전해 밀반출했다.

또한 김모씨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속칭 바지사장(이름만 내세운 사장)을 통해 4번이나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수입업체를 운영해 왔다. 저가신고한 차액은 해외로 빼돌려 홍콩과 싱가폴에서 해외 판매처의 은행계좌에 입금시키거나 직접 건네준 것으로 밝혀졌다.

수입양주 세율은 주세(72%)와 교육세(30%), 관세(20%), 부가가치세(10%) 등을 합하면 155%에 달한다. 세금이 수입원가보다 높아 수입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높은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호창 외환조사2관실 과장은 "이번에 적발한 업체가 저가 수입한 양주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시중에 팔아, 정상가격으로 수입한 업체가 시장경쟁력을 잃고 이로 인해 해외수출선과의 거래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부분의 양주수입업체가 동일한 수법으로 저가 수입신고할 개연성이 높아보이는 만큼,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혐의업체 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