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두환 아들 '페이퍼컴퍼니 실체' 수사 나설듯

검찰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 실체 등 검토"

2013-06-03     이원환기자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54)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기업)를 설립한 의혹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질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전씨는 2004년 7월28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란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의해 확인됐다.

전씨는 영문이름 'Chun Jae Kook'으로 이 회사의 등기이사와 주주로 등재됐다.

전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대행업체는 PIN(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 중개업체는 PKWA(싱가포르 소재 법률사무소)로 각각 확인됐다.

전씨가 만든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달러 짜리 회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 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 아도니스 이사회 결의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전씨는 2004년 8월13일 열린 이사회에서 단독 등기이사로 등재됐으며, 전씨는 등기이사의 주소로 자신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도서출판 업체 '시공사' 본사 주소를 기재했다.

특히 블루 아도니스의 법인 계좌를 만든 곳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이 은행은 소매금융은 취급하지 않으며,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의 비밀계좌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을 놓고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은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을 조직하고, 추징 시효가 만료되는 10월11일까지 미납 추징금 1672억여원을 집행하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뇌물로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미납액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재국씨와 관련된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와 실체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 전 전 대통령이 재산을 조세피난처에 빼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전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1672억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남인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해왔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며 "검찰은 전씨가 언제 페이퍼컴퍼니를 개설했고 운영자금은 어디에서 흘러나갔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보정의당은 "조세도피처 불법탈세를 통해 미납추징금 1672억과 서울시지방세 3000여만원을 내지 않고 국정농단과 국민우롱을 반복하고 있는 전두환씨에 대해 이제는 단호한 사법정의를 실현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