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국, 한국 주소지 기재 않고 페이퍼컴퍼니 설립"

전두환 비자금 수사, 새 국면 맞나

2013-06-03     이원환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인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기업)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가 사실상 국내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이른바 '유령회사'를 차려놓은 이유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기가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시기와 일치해 파장이 예상된다.

시민의 자발적 후원으로 제작되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가 지난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버진아일랜드에 'Blue Adonis Corporation'이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전씨는 영문이름인 'Chun Jae Kook'이란 이름으로 이 회사의 등기이사와 주주로 등재됐다.

이 페이퍼컴퍼니의 대행업체는 PIN(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이고 중개업체는 PKWA(싱가포르 소재 법률사무소)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 245명 중 한국을 주소지로 기록하지 않은 86명의 명단을 추적해왔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전씨는 한국내 주소지를 기록하지 않고 영문이름으로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동안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로 참여해 공동취재를 해왔다.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며 1차 명단을 밝혔다. 당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조욱래 DSDL 회장과 그의 아들 등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27일 2차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그의 부인,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달 4일 발표된 3차 명단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그의 배우자인 배우 윤석화, 이수형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 문화·교육계 인사 등이 포함됐다.

뉴스타파가 4차 명단까지 발표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은 모두 18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