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활용해 비자금 만들거나 유흥비로 탕진"…역외탈세 '백태'
국세청이 29일 공개한 역외탈세자 사례는 국부 유출과 함께 선량한 서민에게 조세부담을 전가시키고 있음을 신랄히 보여준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워 세금을 빼돌린 혐의자 23명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이들의 탈법 행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국세청이 적발한 역외탈세범을 유형별로 짚어본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페이퍼컴퍼니에 배당소득 슬쩍
도매 제조업체 사주 A씨는 중국과 동남아에 생산공장을 세워놓고 중국 공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지주회사인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배당한 뒤 해외비밀계좌에 숨겼다. 또 동남아 공장에서 만들어 낸 제품을 BVI 소재 페이퍼컴퍼니에 우회 수출했다. A씨는 여기서 얻은 무역소득도 해외 비밀계좌에 넣어놓고선 세무당국에는 신고 누락했다.
국세청은 A씨에게 소득세 299억원을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로 20억원을 부과했다.
▲싱가포르에 유령회사 차리고 친척 이용해 비자금까지
전자부품 도매회사 'ㄱ'사를 운영 중인 B씨는 대표적 경과세국(조세피난처)인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 'ㄴ'사를 세우고, 고가 매입 방식으로 D사에 소득을 이전시켜 급여와 배당소득을 해외계좌에 숨겼다. 물론 B씨는 종합소득세를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B씨는 매제가 운영하는 'ㄷ'사를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의 가공 거래처로 둬 비자금을 조성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B씨의 행각은 세무당국에 발각돼 71억원의 법인세가 추징됐다. 해외금융계죄 미신고 과태료로 1억1400만원도 물게 됐다.
▲무역중개수수료 스위스 계좌에 은닉
화학제품을 수입 중개하는 'ㄹ'사의 대표이사 C씨는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을 중개수수료를 스위스 은행계좌로 받으면서 세무당국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하지 않았다.
C씨는 스위스 계좌에 은닉한 돈으로는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또 비거주자로 위장해 은닉자금 일부를 국내로 들여와 땅을 사는데 썼다. 국세청은 현재 C씨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상태로, 추후 빼돌린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유령회사로 우회 투자하고 신고 발뺌
금융투자업자 D씨도 국세청의 사정권에 든 인물이다. D씨는 홍콩의 법인설립 대행회사를 통해 BVI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후 수백억원을 송금하고 국내외 금융상품에 우회 투자했다. 여기서 발생한 투자수익은 홍콩 계좌에 숨겨놓고서는 세무당국에 해외금융계좌가 없다고 발뺌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짜 휘발유로 팔아 빼돌린 세금, 유흥비로 탕진
주요소를 운영하는 E씨는 가짜휘발유 판매상으로부터 가짜석유 247만ℓ(46억원 어치)를 현금으로 사들여 소비자에게 팔았다. 그리고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관리망을 피하기 위해 판매대금을 1900만원씩 분할해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했다.
E씨는 판매대금 중 일부는 카지노에서 도박하는데 썼다.
또 조사과정에서 E씨는 폐업 후 타 지역에서 가짜석유를 계속 팔기 위해 폐업한 주유소를 물색하고 있던 정황도 드러났다.
E씨는 세무당국으로부터 교통세·교육세 등 18억원을 추징당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