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안주, 그게 그거라고?…홍대앞 ‘광동포차’
강남과 홍대앞 등 서울 주요 소비지대의 ‘포차’에는 ‘장’과 ‘마’가 없다.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과거의 ‘포장마차’ 대열에서 이탈한 지 이미 오래다. 이들은 공터나 길가가 아닌 빌딩 1층 또는 1, 2층에 터를 잡았다. 세련된 내외장이나 메뉴 구성부터 가격까지 고급 주점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늘 아쉬웠던 것은 안주 맛이 가격에 비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소개를 받아 간 어느 포장마차에서 그런 아쉬움을 해갈할 수 있었다. 홍대앞 피카소거리 한복판,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7 상아빌딩 1층에 자리한 ‘광동포차’다.
40대 전후 기타리스트 하지용, 드러머 우광동, 가수 매니저 윤흥관씨 등 선후배 3명이 동업한다. 가게 이름은 우씨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동틀 때까지 술 마셔라’는 뜻으로 붙였을 뿐, ‘내 이름을 걸고 가게를 운영한다’는 거창함은 아니었지만 “이름을 붙인 만큼 최소한 “떳떳하게 장사해야겠다는 마음은 생기더라”고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일단, 안주가 만족스럽다. 해물계란탕, 목살고추장찌개, 해물짬뽕탕, 해물누룽지탕, 마늘똥집, 숙주볶음, 매운갈비찜, 사천닭튀김, 칸쇼새우칠리, 치즈계란말이 등 50여 가지 안주가 준비된다. 이 집 고유 메뉴도 있지만, 대부분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차안주’들이다. 하지만 포차에서 안주를 사먹으면서 ‘맛있다’고까지 느꼈다면 이 집 음식 맛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 극동방송 앞길과 피카소거리가 만나는 삼거리와 피카소거리를 중심으로 이미 7곳에 이르는 포차들이 자리해 ‘포차대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홍대앞에서 8번째 주자로 오픈할 때 이 집 주인들은 ‘안주’를 특화하기로 결정했다. 윤씨는 “빨리 손님을 모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 후발주자라고 해도 안주 가격을 낮춘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한계가 있으니 손님들이 같은 돈을 내더라도 좀 더 맛있고 질 좋은 안주를 맛볼 수 있게 해 입소문을 내자는 판단으로 안주에 많은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돌아본다.
이를 위해 오랜 경력의 한식, 양식 주방장을 영입해 매일 들여오는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로 직접 안주를 만들게 했다. 조미료 사용도 최소화해 포차 음식의 특징이다시피 된 느끼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인기 메뉴는 ‘광포’, 추천 메뉴는 ‘별’을 메뉴판에 표기해 손님들의 선택을 돕는다. 그렇다고 가격대도 높지 않다. 1만~2만5000원으로 홍대앞 포차들의 평균가다. 한 마디로 ‘레스토랑 포차’인 셈이다.
특히, 한류 걸그룹이 속한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이사로 일하다 최근 독립해 뮤지션을 양성 중인 윤씨는 예전부터 미팅을 위해 서울 강남의 유명 음식점이나 술집을 자주 찾고 있다. 그곳에서 접한 음식들을 벤치마킹해 포차 메뉴로 탈바꿈시켰다.
하씨는 “앞으로 광동포차를 프랜차이즈화 하려고 한다. 그때의 경쟁력은 역시 안주다. 그래서 안주에 올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주의 맛과 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20대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의 합리적 소비에 익숙한 30, 40대 손님들도 홍대앞 포차의 높은 문턱을 과감히 넘어 이 집을 즐겨찾기 하고 있다.
여성 손님들이 많은 것 또한 안주 덕분이다. 케이준 치킨 샐러드(1만6000원), 퀘사디아(1만6000원), 안심 찹 스테이크(2만5000원) 등 여성들이 선호하는 메뉴들을 다채롭게 갖췄고, 맛도 여성들에게 꼭 맞췄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에게만 가게를 맡겨두지 않고 주인들이 꼭 나와 근무하는 것이 주는 신뢰감과 안정감도 여성 손님들이 이 집을 많이 찾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좌석은 홀과 가게 뒤편 테라스까지 약 150석이다. 가게 뒤편에 15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룸도 있다. 뮤지션 출신과 유명 매니저가 운영하는 포차답게 톱스타부터 홍대앞 뮤지션들이 자주 들르는 만큼 이들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중무휴로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0시 이후까지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