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상임위화 전환'놓고 격론…의견 엇갈려

2013-05-21     이원환기자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1일 공청회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화, 수도권·비수도권 재정격차 해소 방안 등 예산·재정제도와 관련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예결위의 매년 반복된 예결위의 부실심사와 밀실심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행 임기 1년 특별위원회로 돼 있는 예결위를 임기 2년 상임위원회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일부 참석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예결위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예결위가 50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11명으로 구성된 계수조정 소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50명이 참여하는 예결위 종합심사에서는 예산과 상관없는 질의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해 34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11명의 위원이 속해있는 계수조정 소위에서 짧은 시간안에 소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특히 "예결위가 현재와 같이 운영된다면 다른 상임위원회와의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며 "재정총량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상임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예결위에서 담당해 거시 경제의 틀을 정하고 재정총량을 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대 행정학과 이원희 교수는 "예결위 상임위화를 국회에서 제도화 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기능과 절차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며 "예산 배분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있어야 한다. 예결위의 상임위화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만들어보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예결위 상임위에서 예산의 총량을 정해준 뒤 각 상임위에서 세부 사업에 대해 예산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권한을 가지면 견제와 균형의 절차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예결위 상임위에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금운용 방안 검토 ▲비례대표 의원을 예결위원으로 배치해 예산 검토 전문성 확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재정학회 현진권 회장은 "임기 1년에 80%가 바뀌는 현재 예결위는 전문성이 없다"며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전문성 확보 등 경제적인 논리로 봤을 때 예결위 상임위화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인천대 경제학과 황성현 교수는 예결위 상임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황 교수는 "예결위가 상임위화가 된다면 다른 상임위 관계와 소관 부처 문제에 있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상임위화를 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문성이 상임위를 만들면 해결될 수 있는가"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 교수는 또 "일부에서 전문성과 관련해 예결위원들의 다른 상임위원회 겸직을 얘기한다"며 "겸직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겸직을 얘기하기 전에 국회의원들의 다른 활동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예산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등 재정관련 자료의 국회 제출 시기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앞당겨지는 것도 위헌 소지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예산의 심사권도 중요하지만 예산 편성권도 중요하다. 성과가 나타날 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황 교수는 "재정총량제 심사는 강화돼야 한다"며 "분야별 재정 배분 방향이 강화돼야 하는데 이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예결특위에서도 담당할 수 있다. 별도의 상임위를 구성해 재정총량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수도권·비수도권 재정격차 해소 방안, 공공기관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세수확보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홍익대 경영학과 김유찬 교수는 "조세 지출(비과세·감면) 축소 가능성이 있는 것은 근로자와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이라며 "근로 소득자의 소득 공제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고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평균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최고 세율로 보면 개인 소득세는 OECD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이는 소득 공제와 관련해 감면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라며 "공제를 다 없애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지만 보험료와 교육 공제 등 소득 상위계층에서 이용하는 분야를 감축해 조세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재원 조달을 이룰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대 경제학과 황성현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5년간 감세 기조가 유지돼 왔는데 잘못됐다고 현 정부에서 인정하고 증세를 해야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복지를 확충한다고 출범한 정부인데 조세 정책의 기조가 변화하지 않으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공공기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근본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맞춤형 지배구조의 설계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여러 형태의 공공기관이 존재하는데 공공기관 관리제도를 지자체에 확대·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대 무역학과 옥동석 교수는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현행 운영되고 있는 사후 명령에 의한 통제를 사전 약정에 의한 경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공청회에 참여한 의원들도 이날 논의된 예산·재정제도와 관련된 개혁 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날카로운 질의를 쏟아내며 현안을 점검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세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감세철회와 증세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일이 없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기본적으로 최고 세율 구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 최고 세율이 중위소득보다 3배가 많으면 적용되는데 우리나라는 8~9배가 되는 등 적용하는 의미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같은 당 유대운 의원은 "재정총량을 설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상임위원회의 심사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면 예결위가 상임위화 될 필요성은 없다. 상임위가 제출한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재조정한다면 결과적으로 상임위의 재량권을 빼앗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입법부에서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탑다운(Top Down) 예산제도 등으로 재정균형을 지켜야 한다"며 "상임위에서는 자기 소관 분야가 있기 때문에 소관 분야에 충실한 예산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총괄위원회가 필요한 데 임시적인 특별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예결위원 80%가 교체되고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예결위 상임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라면서 "상임위로 만들면 다 해결되는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같은 당 신동우 의원은 "예결위의 사업 심사권한을 상임위로 돌려야 한다"며 "총량적 검토와 분야별 재원 배분은 예결위의 역할로 놔두고 각 부처 사업 심사권을 상임위에 준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