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불공정거래 토론회 개최…"甲의 올가미, 사찰까지 당했다"

2013-05-14     엄정애기자

"남양유업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다."

14일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대표는 시종일관 흥분한 목소리로 피해사례를 열거했다. 새누리당 의원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김 대표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면서도 '갑'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특약점 계약시 '신용보증서를 끊어오면 일단 외상을 주겠다'는 농심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 출발을 했다.

이후 사측의 '제품 밀어내기'와 과도한 판매목표량 제시에도 불구, 그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판매 능력 부족으로 시장을 위축시켰을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다는 거래계약서 조항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불만을 터뜨리면 (특약점 계약시) 연대보증을 섰던 이들에게 일시적으로 갚으라고 통보한다"며 "저도 지금 보증을 섰던 동서와 처제 모두 부동산을 압류 당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으로부터 "사찰을 당했다"고도 했다. 사측이 특약점 평가시 경영상 문제·가정 문제·사생활 문제·인성·생활태도 등을 기준 삼아 감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정말 피터지게 이러고 있는데 국회의원들, 국민들은 모른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안다"며 "공정위에 신고를 했더니 농심 변명만 해주더라"며 울분을 토했다. 동석한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장도 최근 논란이 된 사측의 '밀어내기' 행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며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와 발제를 맡은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까지 "공정위가 슈퍼갑, 남양유업이 갑이고 대리점이 을이라면 슈퍼갑과 갑의 유착관계로 슈퍼갑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가세하자 간담회에 참석한 공정위 인사는 진땀을 뺐다.

노상섭 공정위 시장감시국 시장감시총괄과장 "사실 저희도 나름 노력하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할 때 증거가 없는 경우 소송에서 패소한다"며 "말씀하신 것이 사실이고 객관적이라면 경제적 약자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착취적 갑을관계를 협력적 대등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전면확대 ▲집단소송제의 전면도입 ▲사인의 행위금지청구 제도 도입 ▲공정위 결정에 대한 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김상조 한양대 무역학 교수는 "이 의원의 대안은 사후적 피해구제에 관한 것"이라며 "공정위의 예산과 인원을 좀 보강해달라. 경제민주화 관련 업무가 쏟아지고 있는데 현재 예산과 인원으로는 이 일을 다 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정위 권한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당부했다.

반면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법집행 방식과 체제의 문제고,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공정위의 인원과 예산은 세계 7~8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제안한 집단소송제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며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시장이 보다 평평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당 원내지도부 경선에 나선 이주영·최경환 원내대표 후보와 장윤석·김기현 정책위의장 후보가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