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계약서 1장 때문에…'5년 간 이어진 中企의 악몽
키코 사태 이후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조치가 변변찮다는 지적이다.
키코는 2007년 환율하락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은행들이 수출 중소기업에 판매한 장외파생통화 옵션 상품이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할 경우 피해 규모가 무한대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키코상품 판매이후 1년이 지난 2008년부터 환율상승으로 7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 중 200여 기업이 부도·파산 등으로 회복불능 상태에 있다는 지적이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도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업체는 전체의 35.4%를 차지, 사회적 일자리는 무려 85만여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는 6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정세균 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제2의 키코 사태, 예방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기중앙회 등은 키코 피해기업의 구제방안 마련 및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화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들이 지난 5년의 키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들은 엔저(円低) 등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2의 키코 사태는 일어나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상근 키코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키코 계약서 1장으로 인해 우량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수 조원 상당의 피해를 입고 5년 째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장기간 이어진 법정 공방으로 기업의 소송비용 부담 또한 가중되면서 본업에 집중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인도, 일본 등은 기업 구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법조계 등 각 국가기관들이 중소기업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또한 "금융시장 자유화 이후 금융회사들이 공공성을 외면한 채 이윤 극대화에 치우치고 있다"며 "금융 분쟁은 궁극적으로 정부와 금융회사 간 소송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정세균 의원은 "키코 사태로 부도를 앞두고 있는 견실한 수출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돼야한다"며 "지금도 법정에서 지루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우리 중소기업들은 키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이성원 금감원 검사기획팀장은 "키코 사태 재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파생상품 감독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고위험 금융상품 운용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집중 현장점검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양갑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실장도 "키코 피해기업들에 발생한 막대한 금융손실을 보상받고 유사 금융상품으로 인한 피해의 재발방지를 위한 중소기업들의 법률적 보완 요구가 크다"며 "공청회 이후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