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받고싶은 선물 스마트폰…부모들은 고민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을 두고 있는 회사원 김성현(40·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요즘 어린이날 선물로 고민이 많다. 얼마 전부터 딸이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처음에는 초등학생이 수십만원 대의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저학년은 한 학급 학생의 절반 이상, 고학년은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부모들도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자녀가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죽지나 않을까 걱정돼 결국 스마트폰을 사주게 된다고 한다.
김씨는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가 한 반에 1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며 "고학년이 될 때까지는 사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스마트폰이 없어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서울 시내 초등학교 학생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43.7%에 달한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늘면서 친구들끼리 관계를 맺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친한 친구들끼리 카카오톡 방을 만들어 쉴새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낯설지 않다. 초등학생들이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스마트폰을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원 박정은(34·여·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들을 학교에 보내다 보니 메신저 사용이나 위치 추적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들을 보면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하루에 3~4시간 이상을 보낸다.
박씨는 "집에 들어오면 스마트폰을 빼앗고 다음 날 아침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하지만 야근이 많아 매일 감시할 수는 없다"며 "일반 휴대전화로 바꿔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교사들에게도 학생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지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이 몰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등을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왕따'나 학교 폭력 문제가 친구들 간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시작되는 예도 있다.
경기 동두천 사동초등학교 이재성 교사는 "수업시간에는 원칙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강제로 빼앗을 수 없게 돼 있어 통제가 잘 안 될 때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부분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스마트폰 사용에 중독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사용 시간을 정해주고 학생들끼리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정해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