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콜라·콕딱지…가수 아닌 화가 조영남, 이번에는 코크

2013-05-05     김지원기자

가수 조영남(67)이 화업 4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연다.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나무 모던 & 컨템포러리에서 개막하는 ‘조영남–코카콜라프렌즈’다.

작가경력 40여년 동안 조명받은 적이 없는 오브제 ‘코카콜라’에 주목한 작품을 소개한다. ‘코카콜라’는 개인의 기호로 선택된 소재다. 그러나 난해한 현대미술의 시류 가운데서도 그저 빙그레 웃게 하는 친근한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팝아티스트로서의 조영남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개체다.

조영남은 ‘화투’를 소재한 작가로 잘 알려졌다. 화투, 카드, 바둑판, 대바구니, 달러 등 일상의 사물을 레디메이드 혹은 주요 소재로 적극 수용해 독특한 화풍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소재 중에는 ‘코카콜라’도 있다. 수십년 간 코카콜라를 마셔온 그에게 콜라는 단순히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한 음료가 아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친구처럼 애정이 있는 소재로 작품에 등장한다.

조영남이 화투, 카드와 같은 놀이도구 이미지를 작품에 빌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코카콜라는 일상에서 친근하게 손에 잡히며 단순하고 명쾌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다.

코카콜라는 ‘꽃과 콜라’ ‘콕딱지’ 등 작가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언어의 유희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다루는 여타 소재들과 어우러져 특유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꽃피우는 일련의 작품들로 전개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작품들은 동시대 문화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를 시각화해 생산한 팝아트로 평가받는다.

조영남이 1973년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지 40년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영남이 유년시절 가지고 놀았던 원형의 딱지를 새로운 소재로 등장시킨 ‘딱지’ 연작들을 선보인다. 딱지 시리즈는 원형 딱지를 반복적으로 콜라주한 신작이다. 딱지와 코카콜라의 유희적 만남으로 이뤄진 작품들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기업의 후원, 대중 매체와 협업으로 이뤄진 팝아티스트 조영남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 음료 주식회사’ 후원으로 실제 코카콜라 병과 캔으로 제작한 레디메이드 대형 설치 ‘코카콜라프렌즈(COCACOLAFRIENDS)’는 코카콜라를 매개로 해 모두가 친구가 된다는 이번 전시의 메시지를 전한다.

꽃과(Coca)-콜라(Cola)는 작가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꽃과 코카콜라’의 만남이다. 화투와 콜라 이미지를 꽃과 화병으로 재치있게 해석했다. 화투의 꽃 이미지, 코카콜라 로고의 주조 색인 빨강과 흑백의 강렬한 조화는 작가의 언어유희 ‘꽃과 콜라’와 같이 유쾌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에서는 서구문명의 상징물로 그려지는 코카콜라 이미지를 통해 동서양의 만남 등 사회 문화적 이슈들을 다룬다. 조영남 개인의 삶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코카콜라를 발견한다. 일상에서 무심코 소비하는 제품의 문화적 영향력이 어떠한 고급문화보다 더 강력하며, 세계인의 공통언어가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전시된 작품은 회화, 콜라주, 오브제, 설치, 사진 등 50여점이다.

전시 기간 대형설치 ‘코카콜라 병과 캔이 있는 풍경’을 해체해 관람객에게 나눠준다. 관람객이 작품에 사용된 코카콜라 병이나 캔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조영남이 사인해 준다. 이 기간 ‘코카콜라 병과 캔이 있는 풍경’은 서서히 해체되고 참여자는 작품과 그 체험을 공유하고 추억으로 지니게 된다. 6월22일까지 즐길 수 있다. 02-745-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