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백화점 주차요원 불법에 경찰·행정공무원은 뒷짐?

2013-04-22     노희선·신상호 기자

경기 수원역에 있는 애경백화점이 주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에 주차관리요원을 배치해 불법으로 라바콘을 설치하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지만 경찰과 시청공무원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원역 앞 도로는 차량이 뒤엉켜 혼잡을 겪는 등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애경백화점 측은 혼잡한 차량을 원활하게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변명만 늘어 놨다.

애경백화점 영업지원팀 관계자는 "시청에서 한 번도 불법이라며 단속을 나오거나 연락을 해온 적은 없다"며 "안전 관리차원에서 차량의 혼잡을 막기 위해 주차요원들을 배치해 차량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주차요원의 불법 오히려 사고위험만 가중

20일 오후 4시40분께 수원역 애경백화점 앞에서 세류역 방면으로 나 있는 덕영대로 편도 4차선.

애경백화점 주차요원 1명이 수원역 앞 택시 승강장 앞 편도 2차선에 50㎝~1m 간격으로 라바콘 14개를 버스 정류장 쪽에 설치해 놓고 불법으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주차요원 1명은 애경백화점 앞 육교 아래 택시 승강장 앞 편도 1차선에 1m 간격을 둔 라바콘 13개를 불법으로 설치해 놓고 백화점 입구로 가는 차량만 통행할 수 있도록 라바콘을 열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200m 떨어진 매산지구대 앞에서도 주차요원의 불법은 계속되고 있었다.

매산지구대에서 8m 떨어진 편도 1차선.

주차요원은 이곳에 라바콘 21개를 1m 간격을 두고 불법으로 설치해 놓고 버스 정류장을 지나 백화점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만 통행을 허용했다.

이곳 차선은 바깥쪽이 하얀색 실선(차선 변경 불가), 안쪽이 하얀색 점선(차선 변경 가능)이기 때문에 지구대 앞까지 진행한 차량은 1차로에서 좌측으로 차선 변경이 가능하지만 2차로에서 백화점 입구인 우측으로 차선 변경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런데도 주차요원은 불법으로 3차로에서 백화점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만 차선 변경이 가능하도록 라바콘을 열어 통행하도록 하고 있었다.

애경백화점 측의 돈벌이에 불법과 사고 위험까지 난무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이유로 불법과 관련한 단속을 외면하고 있었다.

매산지구대 한 관계자는 "주차요원이 차량을 통제하면 불법이고 차량 통제는 경찰이 하는 것"이라며 "차량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차량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바뀐 애경백화점 측 태도

이날 오후 4시56분. 취재진은 애경백화점 측의 불법 라바콘 설치, 차량 통제와 이 때문에 생긴 차량 사고 위험 등을 단속해 달라고 112에 신고했다.

112 신고센터로부터 지구대로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지 4분 뒤 매산 지구대에서 신고가 접수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신고를 전달받은 매산지구대 소속 경찰은 오후 5시5분께 애경백화점 측이 불법으로 설치한 라바콘을 철거할 것을 지시했고 주차요원들은 처음엔 지시를 외면하다가 결국 모두 자진 철거했다.

당초 차량 통행의 안내라며 단속을 미뤘던 매산지구대는 112 신고에 따른 지시로 불법 라바콘 설치를 단속했고, 불법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애경백화점 측도 라바콘 설치와 차량 통제 등 불법을 외면하다가 단속이 이뤄지자 결국 태도를 바꿔 불법을 시인하고 향후 불법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애경백화점 마케팅팀 관계자는 "이런 사항이 불법인지 몰랐다"며 "시청이나 경찰로부터 불법이라는 사실을 고지 받은 적은 없었다"면서 "향후 불법으로 라바콘을 설치하고 차량을 통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허위 답변·미루기 일관한 행정공무원들

13일 오후 6시5분께 수원시청 당직실로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민원인 A씨가 자신의 이름과 전화연락처를 알려주고 애경백화점이 불법으로 교통시설물을 설치하고 차량을 통제하니 단속해 달라고 했다.

이후 시청 당직실은 담당부서로 연락을 했고, 향후 담당부서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고지했다.

3일 뒤인 16일 오후 수원시 대중교통과 교통지도팀은 A씨에게 "시설팀에 알아봤더니 그곳 도로가 애경백화점 사유지이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18일 취재팀은 수원시 팔달구에도 확인한 결과 도로정비팀 관계자로부터 "그곳은 사유지에 난 길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는 비슷한 답변을 받았다.

반면 취재팀은 19일 수원시 다른 부서를 통해 이 도로가 국토해양부 소유 국유지라는 점과 도로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도로교통법 등에 따른 법률 적용을 받는 도로라서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같은 날 오후 수원시 대중교통과를 찾은 취재팀은 관계자로부터 "시설팀에 갔더니 애경백화점 측에 전화를 걸어 사유지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래서 사유지로만 알았고, 라바콘 불법 설치가 어느 부서에서 단속해야 하는지 업무 분장을 확인해 단속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수원시 교통행정과 시설팀 관계자는 "애경백화점 건설관리본부 관계자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불법이 아닌 걸로 알고 교통지도팀에 알려줬다"고 했다.

20일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애경백화점 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시청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매산로 1가 18-1 땅은 철도시설공단에 점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사유지로 알고 그렇게 알려 줬다"며 "도로 관련 불법은 제가 하는 업무도 아니고, 단지 도시계획도로가 아니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경기청, 10분 만에 단속… 수원시청, 담당부서 타령만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무원은 민원사무를 신속·공정·친절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 다른 업무에 우선해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수원시청은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마치 단속 사항을 알려주듯 애경백화점 담당부서도 아닌 다른 부서에 단속 대상인지 여부를 물어보고 그쪽의 허위 답변을 민원인에게 그대로 고지했다.

공무원이 불법 여부를 판단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데도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셈이다.

특히 민원을 접수받고 현장에 나와 직접 보면 불법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여전히 주말에 현장에는 나오지도 않고 담당 타령만 하고 있다. 불법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경기경찰청은 112 신고를 받고 접수 10분 만에 지구대를 통해 불법 단속을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경기경찰청 112 신고 센터로부터 지시를 받은 수원서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백화점 측이 라바콘을 설치하고 교통을 통제하는 것은 불법이다"며 "백화점 측과 (교통 관리) 협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법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할 행정공무원은 법을 외면하고 경기경찰청은 법을 준수해 신속하게 단속을 지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