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여직원들 고속도 차로로 내몰아 말썽
한국도로공사가 통행료를 안 내고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을 잡는다며 계약직 여직원에게 고속도로 차로에 서서 단속하도록 해 말썽이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수원 영동고속도로 북수원IC 톨게이트 하이패스 차로.
주황색 안전조끼를 입은 한 여직원이 깃발을 들고 통행료를 내지 않은 차량을 단속하고 있었다.
2차로에 서있던 이 직원은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는 차량 중 요금을 내지않은 차량만을 골라 깃발을 흔들며 뒤따라가 멈춰세웠다.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사람때문에 시속 30~50㎞로 달리던 차량들은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앞 차가 서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은 차례로 급정거하거나,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핸들을 꺾기도 했다.
단속에 나선 직원은 이 요금소 톨게이트 부스에서 일하는 요금징수원이었다.
직원들은 하이패스 미납률을 줄이기 위해 2인1조로 오전 9~11시, 오후 2~4시 현장 단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 A씨는 "위험하고 고생스러운 일이라 다들 싫어하지만, 회사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한다"며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고 한동안 뜸하다가 올 3월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속으로 다니는 차량 사이를 뛰어다녀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조끼와 안전봉, 깃발이 전부다.
한국도로공사나 요금소는 이들이 외주 용역업체 계약직 근로자라는 이유로 별도의 안전수당 등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요금소는 하이패스 요금 미납차량이 많아지면서 나온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고 해명했다.
남효현 북수원 요금소장은 "안전하지 않은 일인 것은 알지만 대포차나 번호판을 가린 차량이 요금을 내지 않고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는 것을 잡으려면 어쩔 수가 없다"며 "최근 미납차량 단속 실적을 올려 수납률을 높이라는 지시도 내려온데다, 미납률이 높으면 요금소 평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요금소 말고 다른 곳도 똑같이 단속하고 있다"며 "대신 직원들에게 위험하지 않도록 무리한 단속은 하지 말라고 2차례 교육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 영업팀 관계자는 "수납률을 높이라는 지시는 한 적이 있지만, 차로에 나가서 단속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요금 미납률이 요금소 평가의 한 지표로 사용되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