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정입학 저지른 외국인학교 편드는 서울교육청

2013-04-11     이현주 기자

 최근 서울 지역 8개 외국인학교에서 재학생 163명이 부정입학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어처구니없는 태도다.

시 교육청은 지난해 말 검찰이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자 45명을 찾아내 사법처리에 들어가자 '자발적'으로 지역 내 외국인학교들을 점검해 163명의 입학자격 미달자를 적발해냈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학생들에게는 학적이 없어지는 '입학 취소'가 아닌, 학적이 남아 다른 학교로 편입할 수 있는 '자퇴 또는 제적' 조치가 권고됐다.

현행법상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학생이 외국에 3년 이상 체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경우를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적발된 학교 중에는 전체 구성원의 절반 정도를 입학자격이 안 되는 학생들로 채운 곳도 있었다. 한 학교는 외국 주재원 근무를 이유로 현지 생활 적응을 위해 미리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는 학부모의 부탁을 받고 입학시키기도 했다.

모두가 명백히 법을 어긴 '불법' 입학이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를 두둔하는 시 교육청의 태도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불법입학 사례들을 발표하며 '불법이긴 하지만 의도적인 불법은 아니어서 죄질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는 궤변을 펼쳤다.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 한국법을 잘 몰라 행정업무 처리가 미숙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많은 자격미달자를 보유한 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은 영미계 학교도 아니고 성직자들이 운영하는 학교여서 고의적으로 법을 어겼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국법과 한국문화를 잘 몰라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더욱 의아한 점은 외국인학교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외국인학교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해 변명까지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어느 나라 교육청인지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법으로 입학자격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터뷰만 보고 뽑는 경우도 많다"며 "아마 그런 문화에 익숙해져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애써 해명했다.

'부정입학'이라는 말에도 "입학자격이 안 되는 미달자를 입학시킨 것이기 때문에 불법은 맞다"면서도 "꼭 '부정입학'이라는 말을 써야 하냐. 용어가 좀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법처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브로커를 통해 고의적으로 불법을 저질러 사법처리를 받은 45명과는 내용이 다르다"며 "해당 학생들을 출교조치 시킨 것만으로도 학교는 벌을 받았다"고 못 박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애써 두둔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시 교육청이 듣기에도 거북한 언사를 그치지 않자 이를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금 시 교육청이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지 못한 것인지, 알고도 덮고 넘어가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미자격 학생을 무더기로 입학시킨 외국인학교의 경우 당연히 검찰고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한두 명이면 몰라서 실수한 것이라고 넘길 수 있겠지만 정원의 절반 정도인 91명이 부정입학했다면 이는 조직적인 것"이라며 "이걸 교육청이 모르고 했다고 넘기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외국인학교들이 생긴지 10년 이상이 지났는데 한국법을 모르고 어겼다는 것 자체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시교육청이 관리·감독을 잘못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축소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교육청이라면 귀담아 들어야 할 쓴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