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기 참맛, 제주 ‘녹산장 가든’

2013-04-07     김지원기자

개인적으로 말 고기를 몹시 사랑한다. 여러모로 몸에 좋은 고기이기 때문이다. 일단 탄탄한 몸매와 빠른 몸놀림처럼 육류 중에서도 지방 함량이 아주 낮다. 한 마디로 칼로리나 콜레스테롤이 적다는 얘기다. 반면 단백질과 글리코겐 함량은 높다. 한 마디로 성인병 걱정 없는 다이어트 고기인 셈이다. 또 흡수율이 높은 철분이 많아 성장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최적이며, 인슐린 분비를 돕는 성분까지 함유해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 게다가 기생충, 구제역, 광우병 등에서도 자유로워 날 것으로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하다.

말고기를 두고 ‘질기다’, ‘노린내가 난다’ 등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많다. 그러나 다 오해다. 말은 예로부터 교통수단인 동시에 군용이었다. 더불어 중국에 때때로 바쳐야 하는 공물이었다. 함부로 잡아먹으면 안 되는 귀한 가축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민간에는 부정적인 말을 퍼뜨리고 왕은 잘만 먹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말고기를 파는 곳이 별로 없다. 가격도 당연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제주도에 갈 때만 되면 벼르고 벼른다. 보다 경제적인 가격에 마음껏 먹어주리라.

그런데 다른 말고기 집은 여럿 들러봤지만 이 집만은 늘 간다 간다하면서 인연이 없었는지 시간이 안 맞아 지나치면서도 들르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침만 삼키고 돌아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제주 출장길에 예정 보다 2시간 이상 이른 비행기를 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설레기만 했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464 ‘녹산장 가든’(064-784-9556)이다. 오전 9시께 제주공항에 도착해 렌트카를 집어타고 내리 달렸다. 공항에서 50분쯤 가니 바로 나온다. 제주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목인 교래 사거리 초입이라 교통이 편리하다. 교래는 토종 닭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그런데 말고기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니….

이 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바쁜 일정에 쫓기거나 아침이 제공되지 않는 펜션 등에 머무는 관광객들을 위해서 일찍 연다. 아침 밥을 안주는 국내선이라 한창 배고팠던 나도 그 덕을 볼 수 있게 됐다.

인기 메뉴는 코스 메뉴들이다. 엑기스, 마죽, 초밥, 무쌈, 모둠, 사시미, 육회, 타다끼, 탕수완자, (갈비) 양념구이, 내장, 버거 스테이크, 갈비찜, 곰탕 등 14가지 요리가 이어지는 ‘특코스’(1인 5만원), 여기서 모둠, 타다키, 탕수완자가 빠져 11가지 요리가 나오는 ‘A코스’(1인 3만5000원), A코스에서 다시 진액, 초밥, 무쌈, 갈비찜, 내장이 제외돼 6가지 요리가 나오는 ‘B코스’(1인 2만5000원) 등 3종류가 있다. 말의 살코기로부터 뼈까지 속속들이 맛볼 수 있다. 2003년 오픈해 10년 남짓한 이 집이 관광객들은 물론 말고기에 제법 익숙한 제주 사람들 사이에 왜 ‘말요리의 진수’로 자리 잡았는지 알듯하다. 다만 이 메뉴들은 2인 이상 시킬 수 있어 나 홀로 간 처지로서는 주문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대신 ‘특모둠’(5만원), ‘사시미’(250g 2만원), ‘육회’(200g 2만원), ‘내장수육’(300g 2만원), ‘양념구이’(180g 1만5000원) 등 일품요리로 눈을 돌렸다. 사시미라고 하면 고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말고기 집에서 생선을 왜 팔지’하고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여기서 사시미는 아무 양념 없이 나오는 말 날고기를 뜻한다. 기름장(참기름을 부은 소금)에 찍어 먹는데 고기 맛을 만끽하기 위해 날로 먹는 것이니 가급적 고기만 먹기를 권한다.

육회는 개인적으로 음식점의 손 맛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메뉴다. 이 집은 잘게 썬 날고기(말)와 배, 부추, 양파, 참기름, 참깨 등을 섞어 쫄깃쫄깃 야들야들한 고기 맛을 중심으로 배의 시원하고 아삭 아삭함, 부추와 양파의 매콤 새콤함, 참깨와 참기름의 고소함 등이 어우러져 감칠 맛이 난다. 합격이다.

사시미와 육회를 모두 맛보고 싶다면 따로 시키기 보다는 특모둠을 권한다. 사시미, 육회와 함께 특수부위가 나온다. 특수부위는 간, 지라, 골을 날로 맛볼 수 있다. 소의 그것들과는 또 다른 맛이다. 특히 골의 경우 캐러멜처럼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나는데 소의 경우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말 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쉽게 주문하기가 어렵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말은 그런 걱정이 없어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 다만 이 특수부위는 말을 잡은 뒤 1주일 안에 모두 소비해야 하고 냉동 보관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말 도축이 소처럼 자주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재고가 없으면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일품요리를 시키고 공깃밥(1000원)을 주문하면 진한 곰탕이 함께 나온다. ‘국물이 끝내주니’ 꼭 한 번 맛보자.

좀 더 저렴하게 말고기의 맛을 즐기려면 식사 메뉴인 ‘육회 비빔밥’(8000원), 말뼈가 들어있는 ‘곰탕’(8000원)을 고르면 된다.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과 설날과 추석 당일 쉰다. 오후 9시까지 문 연다. 주차장이 넓으니 마음 놓고 세워도 된다.

차로 25분 거리인 서귀포시 위미리 2975번지에서 지난해 411만 관객을 모은 멜로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속 집을 재현한 ‘카페 서연의 집’이 지난달 27일 들어섰으니 말고기로 배불리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들러볼만하다.

       맛집-녹산장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