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구석구석 버스타고 둘러보기…시티투어 가이드
시티투어가 서울, 부산 같은 거대도시의 전유물은 아니다. 작지만 알찬 도시 목포에도 흥미진진한 시티투어가 있다. 목포역 광장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는 목포 곳곳에 숨어있는 알짜배기 여행지를 돌아보는 최고의 방법이다.
첫 방문지는 ‘목포의 명산’ 유달산 아래 위치한 ‘목포 근대역사관’이다. 일본이 1920년 식민지 수탈 정책으로 세운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던 자리다. 일장기를 상징하는 태양과 벚꽃 무늬를 새긴 2층 석조 건물에 목포의 옛 모습과 일제의 경제적 수탈, 침략사 등을 기록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그 다음은 ‘국도 1·2호선 기점’을 찾아간다. 목포를 기점으로 서울을 지나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1번 국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일제가 전국에서 수탈한 물자를 나르기 위해 만들었으며, 동학농민운동 때 포로로 잡힌 농민군이 도로 건설에 투입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기점 위 언덕에는 붉은 벽돌로 지은 ‘옛 일본영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로, 1897년 목포가 개항되면서 일본이 영사 업무를 하던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일본은 영사관을 중심으로 도로를 정비했고, 일본 상인들도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영사관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일본인이 모여 살던 지역과 산비탈에 둥지를 튼 조선인 거주 지역이 확연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유달산’이다. 해발 228m에 불과해 오르기 힘들지 않다. 기암절벽 아래 펼쳐진 목포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 가슴이 확 트인다. 이맘 때 유달산은 꽃동산이 된다. 3월 중순 춘백을 시작으로 4월 초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다. 산은 야트막하지만 품고 있는 역사와 사연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못잖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이 왜군들로 하여금 군량미를 쌓아놓은 노적처럼 착각하도록 하기 위해 거적을 둘렀다는 노적봉과 충무공 동상, 김대중(1924~2009)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걸린 새천년 시민의 종,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1916~1965)의 노래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조성된 야외 조각 공원인 유달산 조각공원도 있다.
유달산 일주도로를 내려오는 동안 차창 밖으로 시가지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가 닿은 곳은 ‘유달유원지’다. 용처럼 길게 누운 형상의 고하도, 곡선으로 휘며 바다를 가로지르는 목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봄볕을 한 몸에 받아 바다는 찬란하게 반짝이며, 바람은 부드럽고 따스하게 불어와 봄이 완연해졌음을 절로 느끼게 된다.
남도의 해산물이 풍성하게 오르는 백반으로 배불리 점심 식사를 한 뒤 버스에 오르면 그 다음 닿는 곳은 ‘갓바위(천연기념물 제500호)’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영산강 하구에 위치해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의 결과로 독특한 모양이 만들어진 것도 신기하지만 효자 아들의 전설이 마음을 찡하게 한다. 아들이 머슴살이를 하러 간 사이 부친이 죽는다. 아들은 부친이 죽어서라도 좋은 곳에 묻힐 수 있도록 관을 짊어지고 가다가 이곳에서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뜨린다. 아들은 하늘 볼 낯이 없다고 삿갓을 눌러쓴 채 그 자리를 지키다 죽고 말았다 훗날 바다에서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솟아올랐고 사람들은 큰 바위를 아버지, 작은 바위를 아들로 기리고 있다. 갓바위 앞으로 해상보행교가 만들어져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갓바위 위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오르면 멀리 영산강 하굿둑까지 조망할 수 있다.
갓바위 주변에는 목포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통틀어 ‘갓바위 문화타운’이라 부른다. 남종화의 대가이자 운리산방의 3대 주인인 남농 허건(1908~1987)이 선대의 유물을 보전하고 남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1985년 설립한 ‘남농기념관’, 극작가이자 목포 출신 연출가 차범석(1924~2006), 여성 소설가 박화성(1903~1988), 진도 태생이지만 목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 장성 태생으로 11살 때 목포로 이주한 연극평론가 김우진(1897∼1926) 등 목포가 자랑하는 문인 4명을 기념하는 ‘목포문학관’, 목포 출신인 김성훈(74) 전 농림부 장관이 직접 수집해 기증한 세계 각지의 조개, 고동류 등 2300여 점 등이 전시된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고려 시대의 배와 함께 인양된 고려청자 등 각종 문화유산이 전시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이 있다. 아쉽게도 시티투어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만 닿는다. 다른 시설들은 이곳에서 내려서 따로 가봐야 한다.
시티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포구에 자리 잡은 ‘목포종합수산시장’이다. 목포에서 제 맛을 볼 수 있는 잘 삭힌 홍어로부터 말린 먹갈치, 조기 등이 식욕을 자극한다. 멀리 가는 손님들을 위해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도 해준다. 건어물 시장에서는 김, 멸치, 말린 해조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시장 안쪽에는 여행자 전용 휴게소가 있어 톡 쏘는 홍어 한 점 먹으며 쉬었다 갈 수 있다.
버스는 출발지인 목포역 광장으로 돌아가지만, 여유가 있으면 1924년 문을 연 약 90년 역사의 모자가게 갑자옥 모자점을 비롯해 근대의 흔적이 있는 시장 뒤편을 걸어도 좋다. 목포역까지 거리는 약 800m다. 모든 일정에는 문화해설사가 동행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행한다. 오전 9시30분에 단 한 차례 출발한다. 예약 필수. 061-245-3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