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소득종합과세 하향조정으로 '머니무브' 재현?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겹쳐…저축 빠져나갈까 근심 가득

2013-03-18     엄정애기자

지난 1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하향 조정된데 이어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나타나면서 은행저축 이탈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은행 고객들의 대규모 자산포트폴리오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안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동할 이자부 금융자산이 30조~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금융권은 미국, EU 등 주요국의 경기가 급격하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는 것은 '머니 무브(money move)'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순유입을 지속하던 은행권 예금이 2013년 들어 단기 대기성 자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권 실세요구불예금 4조3000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자산운용사 MMF와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각각 13조8000억원, 1조2000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향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면서 은행에서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국내경기 흐름도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어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금이 하반기 이후 물가연동국채·해외채권·주식형펀드 등 세금부담이 낮은 투자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은행 예금은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투자매력도가 크게 저하됐다. 2004~2006년 정기예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3.9%로 주식 28.9%, 부동산 16.5%, 채권형펀드 5.2%에 비해 최대 8배 가량 낮았다.

은행 수신은 2005년 30조3000억원에서 2006년 15조원, 2007년 7조2000억원으로 급감한 데 반해 주식형펀드는 2005년 17조6000억원, 2006년 20조3000억원, 2007년 69조9000억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은행 수신 악화가 국내 은행의 경쟁력 악화로 귀결되기 쉽다는 점.

저성장·저수익 국면에 진입한 금융시장을 감안할 때 저원가성 수신 확보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국내은행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 결국 '수신 위축=은행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예대율(은행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상승시켜 경기회복시 대출확대 여력을 저하시키고 은행의 금융 중개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도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2012년 3분기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95.6%로 규제수준인 100%와 4.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권우영 우리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머니무브 재현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고객성 수신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PB의 역량 강화 등 자산관리 서비스의 전문성을 제고해 고액자산가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