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과 호스트 그리고 장자연

2013-03-09     문화부장

먼저, 등장인물들부터 파악한다.

탤런트 이미숙(54), 탤런트 송선미(39), 연예기획자 유장호(33), 연예기획자 김종승(44), 탤런트 장자연(1980~2009)이다.

이미숙과 송선미 그리고 장자연은 김종승과 전속계약 관계였고, 유장호는 김종승 회사의 직원이었다. 그러다 유장호가 별도의 회사를 차렸다. 이미숙과 송선미는 유장호의 회사로 옮겼다. 신인급인 장자연은 김종승의 회사에 남았다.

이미숙과 김종승은 사이가 나빴다. ‘조양은 쪽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김종승을 죽여버린다고까지….’ 장자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 달 전 쯤 이미숙 측이 유장호에게 보낸 핸드폰 문자메시지다. 유장호의 통화내역 중에는 ‘이미숙이 기자들과 다른 측근한테 다 연락해서 김종승 손모가지랑 발모가지 다 잘라버릴 거라고, 이 바닥에서 절대 일 못하게 할 거라고 얘기했다’는 것도 있다.

유장호는 ‘장자연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 당시 김종승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송선미, 소송이 예상되는 이미숙을 도와 다양한 방법으로 김종승을 압박하는 데 사용할 목적이었다. 도와줄 것처럼 말해 장자연으로 하여금 김종승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토록 한 다음 이를 보관했다.

이미숙이 유장호에게 ‘저녁에 시간 내라. 저녁 먹자’고 문자를 보낸 바로 다음날, 장자연은 유장호의 사무실에서 문서를 작성했다. 자신에 관한 내용 외에도 송선미나 이미숙이 김종승에게서 받은 부당한 대우도 기재했다.

이후 유장호는 이미숙을 찾아가 장자연 문건의 존재와 내용을 귀띔했다. 문제의 문서를 작성한 1주 뒤 장자연은 자살했다. 그러자 유장호는 언론을 이용해 장자연의 죽음이 김종승 탓인양 알리기로 작정, 실행했다. 장자연이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이 아니라 배후에 “공공의 적”이 있다고도 했다.

다음, 장자연 사건과 크게 연관이 없는 사안이다.

‘이미숙이 이혼 전 17세 연하 호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언을 뉴시스 문화부 기자 유상우(41)가 보도했다. 이 뉴스가 허위라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이 연하남의 자술서가 유일하다. ‘본인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누나를 알게 됐다. 한국에 나와서도 본인이 골프를 칠 수 있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던 누나에게 감사드린다. 본인의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잠시나마 누나에게 더 많은 걸 바랐던 점, 주위 몇 분들에게 허위사실을 이야기했고 공갈협박을 하게 됐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직업이나 이미숙과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따라서 이미숙과 사이에 이뤄진 관계의 성격이나 연하남의 직업에 대한 기사의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제3자가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이미숙을 협박하자 김종승은 연하남에게 5000만원을 지급, 합의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이미숙을 만난 연하남과 그의 가족은 당초 이미숙에게 1억원을 요구했었다.

현 시점, 김종승은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역시 현 시점, 이미숙과 송선미는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에 출연했거나 출연한다.

4년 전 엊그제, 장자연은 세상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