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文·安 단일화' 뒷얘기 공개 후폭풍

민주 "한상진, 유언비어 퍼뜨려"…11일 기자회견

2013-03-09     이원환기자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민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한상진 위원장은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당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전 대선 후보에게 '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문 전 후보 측은 부인했지만 (안 전 교수 입당론은) 믿을만한 말"이라고 말했다.

문 전 후보 측 관계자는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도 그런 비슷한 주장이 나와서 문 후보에게 직접 확인까지 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었다"며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 위원장의 '튀는'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당내에서는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제기한 '안철수 입당론'뿐 아니라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단일화 협상테이블에서 나눴던 대화내용을 공개, 민주당으로부터 자중할 것을 요청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최근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뒤 사실과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특히 직접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나섰던 이인영 의원은 한 위원장이 단일화 과정에 대한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 위원장이 잇따라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며 11일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단일화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일단 단일화 회동을 비롯해 단일화의 모든 과정에 대해 속기록과 문서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은 "단일화 과정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너무 많았지만 그동안 안철수 전 후보를 범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봤기 때문에 존중했던 것"이라면서 "비서실장으로서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관여도 했다. 그걸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선 비망록 작업을 최근 마무리하고 있다. 노 의원은 "전체를 다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조만간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문 전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측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전 후보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안 전 후보를 차기 대통령이라고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으나 안 전 후보 측은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최근 논평을 내고 "한상진 위원장은 공개적 발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위원장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정치적 파장도 고려하지 않고 뭐든지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정한 평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고 정치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며 "단일화와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유독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에 주로 맞춰진 것에 대해서 객관적이지 않고 경도돼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는 "패배의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나 문 전 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와 같은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