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중년? 아직도 멜로욕구 꿈틀꿈틀"

2013-03-02     김지원기자

"이성계는 산전수전 다 겪고 난 후에야 왕이 됐어요. 그러다보니 부하도 잘 챙기고 리더십도 좋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알아요.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분명 노력도 많이 했을 거예요. 요즈음에 부동산 문제가 많잖아요. 이성계도 토지 개혁을 했던 인물이죠. 일만 하고 돈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베풀기도 많이 베풀었죠."

이성계가 현대에서 정치를 한다면? SBS TV 드라마 '대풍수'에서 이성계를 연기한 지진희(42)는 "매우 이상적일 것 같다"고 답했다. '동이'에 이어 '대풍수'에서도 과거의 인물이 돼 정치를 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오래된 것, 지켜야 하는 것이 사라진다는 점이 아쉽다. 낮고 근엄한 목소리여서 신뢰감을 더한다. "명품을 사랑한다면 우리나라 장인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역사 속에서 자기만의 노하우로 만든 게 명품이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장인들이 저평가되는 게 안타깝다"는 마음이다.

"그런 부분들이 사극에도 도움이 많이 되요. 오래된 사람들은 틀에 갇힌 캐릭터일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나를 망치고 갉아먹는 거예요.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려고 했어요. 이성계에게도 난폭하고 통제가 안 되는 면이 있으리라는 추측도 해보고…. 인간관계, 사회도 마찬가지죠. 서로가 서로의 좋은 점은 인정해주고, 또 도와줘야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죠."

 
지진희는 2000년 '줄리엣의 남자'로 드라마에 데뷔하면서 처음부터 주인공을 꿰찼다. 이후 '러브레터' '대장금' '봄날' '스포트라이트' '결혼 못하는 남자' 등의 드라마에서 줄곧 주인공만 했다. 하지만 '대풍수'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주인공 지성(36)을 조력했다. "주연, 조연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드라마의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어요.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죠. 주연 욕심을 내다보면 드라마가 의도와 다르게 가잖아요. 이성계를 주연으로 고집하면 제목부터 '이성계'로 바꿔야죠. 그 안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면 주연을 포기할 줄 아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진한 멜로를 꼭 해보고 싶다"고 차기작에 욕심을 드러냈다. "시대가 좋아졌다. 스무 살만 넘으면 결혼해야 할 것 같은 인식이 서른이 넘어도 아저씨가 아닌 '미중년' '꽃중년' 등 말도 잘 갖다 붙인다. 예전에는 20대들이 멜로를 했다면 최근 들어 중년들의 멜로도 늘었다"고 짚었다.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봐왔던 스타들이 같이 늙어가고 있다. 그들이 자기 나이 또래의 얘기를 해주면 좋은 것 같다. 그들이 지금 열심히 일하고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소비층이다.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어린아이들은 지금의 아이돌이 나중에 연기해 줄 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면 멜로물이 들어오면 젊은 애랑 하면 연기하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눙치는 여유도 보였다.

"사실 멜로물은 편성을 받기가 힘들었어요. 그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요즘 들어 '착한남자' '보고 싶다' '신사의 품격' 등 멜로 장르가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진한 중년의 멜로에 대한 욕심이 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