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필요한 의사결정의 힘 ‘손정의의 선택’

2013-02-24     엄정애기자

손정의의 선택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특별강의록·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 펴냄)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박근혜(61)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의 해법으로 ‘벤처 어게인’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해 벤처의 돈줄이 되는 창업투자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가 재일동포 손정의(56)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1981년 아르바이트생 2명으로 출발한 소프트뱅크를 30여년 만에 800개 계열사, 매출 40조원대의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시킨 그다. 벤처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롤모델이 아닐 수 없다.

‘손정의의 선택’은 손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 양성기관인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에서 의사 결정과 관련해 ‘의사결정의 비법(제1강)’, ‘손의 제곱병법(제2강)’ 등 두 차례에 걸친 공개 특별강의 내용을 지면으로 옮긴 것이다. 손 회장의 성공 비결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의사 결정을 잘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을 손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의사 결정을 해왔고,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제1강에서 손 회장은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30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당신이 리더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없으며 독자는 제시된 2가지 선택지 중에서 직감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손 회장이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손 회장은 의사 결정에 애당초 ‘정답’이라는 것은 없으며, 오직 리더인 바로 당신이 ‘독자적인 정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2강에서는 손 회장이 기원전 500년께 탄생한 병법서인 ‘손자(孫子)’와 20세기에 만들어진 ‘란체스터 전략’에 자신의 경영이념을 덧붙여 만든 ‘손의 제곱병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이념’, ‘비전’, ‘전략’, ‘우두머리의 마음가짐’, ‘전술’을 도(道)·천(天)·지(地)·장(將)·법(法)·정(頂)·정(情)·략(略)·칠(七)·투(鬪)·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풍(風)·림(林)·화(火)·산(山)·해(海) 등 25개 문자에 집약했다. 손 회장은 이들 문자의 의미를 머릿속에 각인시켜야만 어떤 상황에서든 ‘순간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손 회장의 강의를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함은 물론, 리더에게 ‘의사결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며 그 선택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시켜준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손 회장은 24세 나이로 창업자금 1000만엔을 갖고 지하 차고에서 소프트뱅크를 시작했다. 원대한 포부를 지닌 손 회장은 아르바이트생 2명을 앞에 두고 귤 상자 위에 올라서서 창립 연설을 했다. “우리 회사는 5년 이내에 100억엔, 10년 뒤에 500억엔으로 성장해 언젠가 1조엔 기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IT기업이 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작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고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최고기업이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들은 박수는 커녕 허황된 생각이라고 욕하며 그 자리에서 그만둬 버렸다. 그때의 그 아르바이트생들은 소프트뱅크 신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고, 하고 있을까.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