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와 자치구의 '표현' 수위 충돌 결말은?

2013-02-19     김지훈 기자

 서울 마포구와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마레연)가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다룬 현수막의 표현 수위를 놓고 충돌했다.

마레연은 18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포구청이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다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구청 측은 곧바로 "게시를 거부하거나 성소수자를 차별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갈등은 마레연이 지난해 12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우리는 지금 여기 살고 있다'와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라는 문안의 현수막을 홍대와 신촌 등에 게시하겠다고 구청에 신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구는 곧바로 이 두 문안의 현수막을 '마포 광고물 관리 및 심의위원회'에 상정했다. 결과는 '조건부 가결'이었다.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고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결론과 함께 표현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LGBT'라는 표현을 부연하는 단어가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돼 있다는 점과 '10명 중 1명'이라는 부분이 과장돼 있다는 부분의 수정을 요청한 것이다.

마레연 측은 이에 대해 "현수막 게시를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표현하고 드러낼 권리가 있다"며 맞섰다. 뿐만 아니라 수정을 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자신들을 차별한다며 구청 측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던 마레연과 구청 측이 이날 오후 결국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접점을 찾기 위한 면담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구청 측은 마레연의 존재를 부정한 적이 없으며, 자신들의 의도가 잘 못 전달됐다는 점을 전달했다. 위원회의 결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지만 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유연하게 고려해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직설적인 표현만은 피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러한 구청 측의 입장을 전해들은 마레연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물러지 않으면서도 "회원들과 함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해보겠다"며 협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알리고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본보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레연은 마포구뿐만 아니라 은평구와 성북구, 용산구 등 서울 곳곳에 성소수자의 인권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을 게시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