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증권맨

2013-02-16     이재훈 기자

 돈 (장현도 지음·새움 펴냄)

“고수익 고위험(High Return, High Risk). 그렇다, 엄청난 보상 뒤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무시무시한 대가가 따라온다. 악마는 인간에게 고통만을 주지 않는다. 악마는 인간의 낙(樂)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속삭인다. 달콤하게, 항상 승리에 취해 있게,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속삭임은 귀가 마비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214쪽)

브로커 출신 작가 장현도(31)가 신작 ‘돈: 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를 펴냈다. 전작 ‘트레이더’에 이어 대담한 필력으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다.

오직 돈이 중심인 금융가와 그 속에서 변화되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통해 돈의 세계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근사한 증권가 엘리트의 삶을 꿈꿨지만, 소심한 데다 연줄까지 없어 낮은 인센티브를 한탄하기만 하는 신입 브로커 ‘조익현’. 그는 손잡는 순간 막대한 이익금을 얻게 된다는 수수께끼의 인물 ‘번호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익현과 번호표 일행을 쫓는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통하는 ‘한지철’, 잘생긴 외모에 집안도 부유해 익현을 열등감에 빠뜨리는 입사동기 ‘장석준’, 색기 흐르는 외모에 몸 로비로도 유명한 3년차 브로커 ‘박시은’, 비판의식으로 뭉친 개혁가 같은 익현의 오랜 여자친구 ‘문예지’ 등이 돈과 얽히면서 성공과 파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벌어진다.

소설은 ‘돈에 아무리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일확천금의 유혹을 단숨에 물리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탐욕적인 인간을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부자가 되길 꿈꾸는 이중적인 마음을 들춰낸다.

‘증권맨’은 1등 신랑감으로 손꼽히는 엘리트 직장인이다. 그러나 실제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펀드매니저와 브로커들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만큼 금융권의 맨얼굴을 재미있고 정확하게 그린다.

장씨는 작가의 말에서 “수수료를 위해 매진하는 브로커든, 하루하루의 수익률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매니저든, 세상의 진리는 역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오로지 극상위의 1%가 나머지 99% 위에서 군림할 뿐이라는 진리 말이다. 나는 그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발버둥치는 우리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MBA를 받은 장씨는 20대 중반까지 금융가에서 법인 브로커로 일했다. 비합법적 사금융업체인 ‘부티크’를 설립, 1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해 운용하지만, 큰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하고 돈과 탐욕의 노예였던 자신의 과거를 청산한다. 보다 생산적인 삶을 찾던 중 자신이 접해온 수많은 첩보 소설들의 거장들에게 감명을 받아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